우리는 지금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모든 분야에 걸쳐 참으로 중요한
시기에 있다. 32년만의 문민정부가 추진중인 일단의 개혁작업은 국가의
장래명운을 결정할 전망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서 정부가 해야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는 얘기가 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많고 중요한 것은 경제분야의 일,경제관련부처들의
몫이다. 새정부는 일찍이 경제를 최우선과제로 선언했으며 그 실현을 위해
우선 단기 경제활성화프로그램으로 "신경제100일계획"을 마련,집행중이고
이어 "신경제5개년계획"을 입안중에 있다.

100일계획이 과연 소기의 성과가 있는지 챙기는 일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장래 경제정책과 제도의 기조및 골격에 엄청난 변화와 개혁을
가져올 5개년계획 입안이야말로 관련 부처들의 적극적.능동적인 참여와
활발한 논의가 절실한 순간이다. 그런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에
우리는 당혹감과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경제부처들은 제각기 존재이유와 조직법상의 직무를 부여받고 있다.
부처이기주의니 혹은 할거주의가 종종 문제되기는하지만 직무와 직분에
충실하고 창의적인 정책개발과 구현에 앞장서는 자세와는 구별된다. 과거
개발연대의 눈부신 경제발전은 유능한 경제관료,그리고 경제부처들의
적극적인 정책개발과 집행에 힘입은바 컸다는 평가를 국내외로부터 받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딴판이다. 시기적으로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고 해야할
일이 태산같은데도 마냥 한가로운 모습이다. 거의 정례화되다시피했던
경제차관회의,장관회의,간담회가 뜸해졌고 내외의 비상한 관심속에
진행중인 주요 정책개발과 제도개혁에 관해 경제부처들은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고있다. 할말과 이견이 없어서가 아니라 짙은 무력감속에 보신과
방관자세를 택한 탓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제팀도 있고 장은 있으되
분명치가 않고 누가 어느 경제부처의 장인지 이름조차 쉬 떠오르지 않을
정도가 되어가고 있다.

2년이상 걸린 7차5개년계획 대신 불과 몇달사이에 입안목표로 진행중인
5개년계획의 과제별 정책협의회는 시종 발표자개인의 사견이란 표현으로
혁신적인 정책대안들을 속속 토해내고 있다. 그런데도 경제부처들은 사뭇
조용하다. 참여와 창의가 "신경제"의 이름으로 요구되는 마당에 정작
이들은 팔짱을 끼고 있는 인상이다.

그래선 안된다. 이들이 제목소리를 내고 소임을 다해야 경제가 제대로
돌고 순조로운 개혁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