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용구를 언제부터 사용했느냐를 따져보면 민족이나 나라 사이의
문화진전속도를 짐작하게 한다. 맨손가락으로 식사를 언제까지 했느냐하는
문제다.

한반도에서는 청동기시대의 유적인 나진패총에서 짐승뼈로 만든 숟가락이
출토되었다. 중국에서는 BC10~6세기께의 가요를 모은 "시경"에 숟가락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BC3세기께의 유적에서 숟가락이
출토되었다.

숟가락과 한벌을 이루는 젓가락은 그보다 뒤늦게 발달했다. 한반도에서는
백제 무령왕(재위 서기501~523년)의 능에서 출토되었고 중국에서는 그보다
훨씬 앞선 춘추전국시대(BC403~221)의 기록에 나온다.

이로 미루어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이 숟가락과 젓가락을 병용했음을
알수 있다. 그뒤 중국과 일본에서는 숟가락의 이용이 점차 줄어들어
젓가락이 주된 용기가 되었으나 한반도에서는 여전히 그것들의 병용이
이루어져 독특한 관습으로 뿌리를 내렸다.

서양의 포크에 해당하는 젓가락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권의
식생활문화를 특징지워 주는 것이라 할수 있다.

서양인들이 포크로 식사를 하기 시작한 것은 서기900년 이후다.
비잔틴인들의 관습이 전해지면서 부터다. 16세기후반인 영국
엘리자베스1세 치세때까지도 평민들이 포크를 사용하는 것을 불경스러운
일로 여길 정도였다. 요즘도 서양 영화에서 흔히 볼수 있는 맨손가락
식사장면도 이전 의식구조의 소산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식생활관습으로
본다면 무척 야만스러운 모습이 아닐수 없다. 몇십년전만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아이의 첫돌날 개인용 숟가락과 젓가락을 마련해 주는 풍습이
있었다. 자라게 되면 나이에 추어 큰 것으로 바꾸어 주면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친다. 혼인할 때는 신부가 신랑
신부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준비해와 평생동안을 쓴다. 그만큼 숟가락과
젓가락은 한국식생활문화의 저변적 특성을 이루는 요소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어느 국민학교 4학년 한반 어린이들의 절반가량이
젓가락을 사용할줄 모르거나 기피하고 포크를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통적 식생활문화의 단절을 예고해 주는 것같아 씁쓸하다. 더구나
젓가락질이 포크사용과는 달리 뇌에 자극을 주어 지능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임상실험결과가 나와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는 부모들의 교육관은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