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의 칼날이 은행장급을 지나 금융감독당국자의 목을 직접
겨냥하는쪽으로 점점 더 매서워지고 있다.

장기오은행감독원부원장과 장태식국민은행부행장보및 김재식국민리스
사장의 비위를 확인,인사조치토록 했다는 감사원의 발표중 특히 장부원장
의 케이스는 이런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은행의 건전경영을 지도 감독할 주무당국인 은행감독원의 제2인자다.
더구나 현이용성원장이 임명된지 한달을 갓넘긴만큼 그는 은감원의
터줏대감이나 다름없다.

은행이 탈법과 비위를 저지를때 눈을 부릅뜨고 감독해야할 고위당국자인
그가 사정의 포위망에 걸려들었다는것은 두가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감사원의 발표대로 장부원장이 작년9월 경일투자금융으로부터
검사업무편의조로 5백만원을 받았다는 점에서 금융비리가 은행현장에
그치지않는 감독당국에까지 뿌리가 내려져있다는 사실이다. 은감원은 은행
단자 종금 신용금고등을 검사한다.

이들 금융기관들은 은감원의 감사를 받을때마다 가능한한 지적을
받지않기위해 노력한다. 그러한 "노력"중에 은감원고위관계자에 대한
금품제공도 들어있다는것이 공식확인된셈이다.

감사원의 발표를 확대해석한다면 장부원장과 비슷한 케이스가 더 있을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짐작할수 있다. 장 두째는 사정회오리가 은행권을
휘저은 다음 이제는 금융당국을 향해 몰아치고 있다는 점이다. 사정바람이
불기사작하면서 김준협 이병선 박기진행장이 사퇴했고 안영모동화은행장은
구속됐다. 살아남은 은행장이 거의 없을 정도로 금융계는 쑥대밭이 됐다.
그런데도 사정의 칼날은 더 날카로워지면서 금융당국인 재무부와 은감원도
무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소문이 많았다. 특히 안행장이 지난 89년9월
은행설립후 최근까지 3년이 넘도록 비위를 저질러온데 대한 감독소홀로
재무부및 은감원관계자들이 소환될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돌았다.
문책사유가 다르지만 아무튼 소문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은
아연 긴장해있다.

은감원임원들과 한은집행부임원들은 지난 26일저녁 낙원동음식점 목련에서
최근 한은을 떠난 조순전총재 이우영중소기업은행장 최종문강원은행장등에
대한 뒤늦은 송별회를 가졌으나 장부원장만 빠져 본인은 어느정도 눈치를
챈것같았다. 그러나 다른 임원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오후늦게
감사원발표가 나오자 경악과 충격을 금치못하며 허탈한 표정이었다.

일부에서 은감원이 사정의 회오리에 말려든 만큼 재무부도 안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무부관계자는 감사원에서
은행관련 사정을 어느정도 마무리됐다고 들었다고 밝혔으나 최근의
사정강도를 고려할때 누구도 장담키 어렵다.

감사원이 발표한 장부원장을 비롯한 3명의 비위적발은 그들이 사채놀이나
다름없는 사금고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도 주위를 놀라게했다. 장부원장은
"부업으로 기업에 투자를 한것은 물론 그회사에 운영비를 빌려줘 이자를
받았고 장태식국민은행부행장보는 가명계좌를 개설,은행거래기업의
연체금까지 변제했다. 한마디로 감독당국자와 은행임원이 사금융을 알선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어쨌든 4명의 은행장 유고에 이은 감독당국자및 국책은행임원의
비위적발은 금융계의 비리가 뿌리깊다는 점과 그에 대한 수술도 엄청난
진통이 따를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의미하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