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군전력증강사업(율곡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52억달러규모의
국산전투기사업(KFP)이 95년 F-16전투기의 첫 국내생산으로 본격화된다.

KFP주계약업체인 삼성항공은 지난해 5월 경남 사천공장을 착공,94년
완공을 목표로 기체조립및 시험비행설비투자및 격납고건설에 박차를
가하고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터져나온 KFP기종선정의혹이 사업진행에 어떠한 파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이미 기술이전과 설비투자등이
진행된 상황에서 기종변경등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의견이나 정부조사결과에 따라 앞으로 항공산업육성정책에 많은 변화가
일것으로 예상되고있다.

정부의 KFP사업은 81년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공군현대화를
위해 제너럴다이내믹스사와 F-16전투기 구매계약을 체결(81년12월)하면서
전투기국산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공군현대화를 위해 필요한 전투기를
전량 수입할 경우 막대한 외화유출로 무역적자가 불가피한데다
전투기국산화를 추진할경우 항공산업발전등 국내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정부는 이를위해 82년4월 항공기분야에서 절충교역(off set)을 추진키로
결정,그해7월 한국을 방문한 B 하우스 GD사회장에게 절충교역을 정식
요청했다.

이에대해 GD사는 83년초 F-16전투기 절충교역물량을 제시,이듬해 1월
정부와 절충교역합의각서를 교환했다.

GD사와의 절충교역을 계기로 정부의 국산전투기사업은 본격화된다.

83년8월 전두환대통령은 국내항공산업발전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시,이듬해
5월 공군의 "KFP공동생산을 통한 국내항공산업육성계획"보고로 정부는
KFP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KFP사업개시로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대한항공등 3개사는
주계약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치열할 경쟁을 시작했다.

삼성항공은 77년 회사설립이후 고이병철회장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78년
항공기엔진생산및 정비허가획득,80년 미GE(제너럴 일렉트릭스)사와
기술제휴로 국산항공기용 제트엔진생산,84년 기체부품제조업체 허가획득등
항공사업을 확대하면서 KFP사업을 준비했다.

대우중공업은 GD사의 절충교역대상업체로 지정(84년4월)되면서 F-
16전투기부품을 생산하는등 국산전투기사업에 이미 참여하고 있다는 이점을
내세워 정부에 KFP주계약업체로 선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우중공업은
GD사와 절충교역을 체결할 당시 정부가 국산전투기사업 물량을 대우에
주겠다는 약속을 했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정비사업및 F-5(제공호)전투기 국내생산,MD500헬기 조립생산등
지금까지의 군용기사업을 모두 맡아왔다는 점을 내세웠다.

정부는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대한항공등 3개사가 KFP주계약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자 국방부는 평가단을 구성해 이들 3개사의
시설투자규모,기술수준,그룹총수의 의지,투자능력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평가단은 조사결과를 국무회의에 제출했으며 국무회의는
평가순위 1,2위 업체를 청와대로 다시 넘겼다.

평가단에서 보고한 업체순위는 공표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는 86년11월
삼성항공을 주계약업체로 지정,국내업체선정 문제를 마무리지었다.

KFP기종은 GD사의 F-16전투기와 MD사의 F/A-18호네트기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F-16전투기는 이미 국내에 36대가 직구매로 들어와있고 가격이 싸다는
이점이,F/A-18은 가격이 비싼대신 최신 기종이며 전투능력과 함께
폭격능력도 갖춘 이점이 내세워졌다.

정부는 삼성항공을 국내주계약업체로 선정한지 3년후인 89년2월 MD사의
F/A-18을 KFP기종으로 선정했다. F/A-18이 미해군의 주력기종(F-16은
미육군의 주력기종)으로 한미연합작전에 유리한데다 국내지형에도 알맞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F/A-18로 내정됐던 KFP사업은 계약을 앞두고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MD측이 기종선정 당시 50억달러로 예상됐던 1백20대 물량의
가격을 물가상승과 성능향상을 이유로 62억달러로 인상했다. 또
기술이전도 미의회의 반대로 불투명해졌다.

이에따라 국방부는 90년10월 KFP사업재검토를 지시,이듬해3월28일 F-
16으로 기종을 번복했다.

당시 국방부는 기종변경이유로 F/A-18의 가격상승과 F-16의 성능을
들었다. F/A-18로 KFP기종을 선정한이후 한미간에 계약체결
최종협상과정에서 총사업비가 1년만에 12억달러 상승한 반면 국방예산은
기종결정당시 예상증가율보다 대폭 감소,F/A-18기종선정은 불가능해 졌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F-16이 89년당시 한국판매가 불확실했던
공대공중거리유도탄(AMRAAM)을 장착하고 공대지.공대해정밀유도무기
발사능력을 보강하는등 성능이 향상돼 공군의 작전요구도를 충족할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의 KFP기종변경과 그 이유에대해 MD사는 즉각 반박문을 냈다.
가격인상은 F/A-18(경상가대비24%인상)뿐 아니라 F-16(25%인상)도
마찬가지이며 F-16의 개량모델인 BLOCK50/52모델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국방부가 걸프전의 활약을 이유로 F16으로 기종을 변경했다고
주장하지만 전투중 손실이 F-16은 5대인반면 F/A-18은 1대에 불과했다고
반박했다.

MD측은 이와함께 F-16이 F/A-18보다 운영경비가 20억달러정도 적다는
국방부의 주장에 대해 미공군규정"173-3"을 예시,사실상 경비 차이는
1백20대를 20년간 운영했을때 F-16(34억2천만달러)에 비해 2억3천만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MD측의 이같은 반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F-16을 KFP기종으로
확정,91년11월 사업계약을 체결했다.

KFP사업의 주계약업체인 삼성항공은 미국측 계약업체인 GD사가 지난해말
군용기사업부문을 록히드사에 매각하자 올해2월 사업승계계약을
체결,사업을 계속해나가고있다.

KFP는 94년10월 직구매를 시작으로 95년8월 첫조립생산,97년7월
첫국산전투기생산을 목표로 99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현승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