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신경제5개년계획"의 작성지침이 엊그제 경제기획원에 의해
발표되었다. 말이 지침이지 실은 계획의 과제와 추진방향에 관해 극히
세부적인 내용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망라하고 있어 바로 계획 그
자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내용이다.

아무튼 이 지침은 오는 6월말 완성된 계획을 내놓게되기까지 각 기관별로
심의조정할 과제로 경제장관회의에 금융.세제.재정개혁과 토지제도개선등
5개,민관인사들로 구성된 경제계획위원회에 15개를 각각 지정하고 있다.
또 도합 19개과제에 대한 분야별 관변연구기관의 정책협의회를 오는 2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총량모델협의를 스타트로 순차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지침에 담긴 계획 내용은 우선 그 범위의 방대함이 특징이다. 여기서
우리는 김영삼정부의 의욕의 엄청남을 새삼 실감하게되는 한편으로 졸속한
계획의 출현위험과 계획의 실효성에 회의를 갖게 된다.

김대통령이 취임후 처음으로 주재한 경제장관회의에서
"신경제100일계획"과 "신경제5개년계획"마련을 지시한게 지난달
3일,그로부터 약20일만인 지난달 22일 100일계획이 발표되어 현재 일단의
단기 경기활성화대책이 추진중이고 1개월도 안지나 이번에는
5개년계획지침이 발표된것이다.

의욕만이 지나치게 앞선 계획,출발부터 실효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는
계획은 좌절과 혼란,정부불신감만 조장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 계획의
완성과정에서 앞으로 유의해야할 점은 우선 의욕과 실효성의 적절한 조화와
균형을 도모하는 일이다.

두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특징은 이 계획이 5년 임기중의
경제발전전략,경제정책이기 보다는 개혁과제와 그 추진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개혁의 이름을 빌리지 않은 대담한
경제개혁의 청사진이다. 종합토지세 과표현실화,주식양도차익
종합과세,농지와 그린벨트 이용규제완화,기업의 이자손비한도 제한과
은행의 대기업여신출자전환등과 같은 세제.금융.토지분야의 약속들이 그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성장과 발전을 위해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물론 일리는 있다.
잘못된 제도와 관행이 결국은 한국경제의 경쟁력회복과 지속적인
성장발전에 큰 걸림돌이되고 있으며 따라서 개혁없이는 성장이 어렵다는
논리도 오류는 아니다.

그러나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과 당위만을 내세운 개혁은 그 자체가
성장발전에 짐이 되고 장애가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주식양도차익
과세만으로도 벅차기 이를데 없는 과제인데 종합과세 운운하고있고,3년안에
내무부토지세과표를 싯가의 80%인 공시지가수준까지 현실화하겠다는 약속은
전에도 들어본 얘긴데 이런 것들이 유발할 조세저항의 강도나 국민생활과
경제활동전반에 미칠 충격과 부작용을 생각도 해보고 하는 소린지 묻고
싶어진다.

100일계획의 효험은 아직 미지수이다. 더 두고 봐야 한다. 이 계획의
효과가 입증되어 경기회복징후가 완연하게 드러나더라도 그것을 우리경제의
구조개선과 건전한 성장추세로까지 계속 이어지게 하자면 경제가 수용
가능하고 납득할 수준의 개혁이어한다. 곧 개혁과 성장의 조화,개혁의
수위조절이 두번째로 유의해야할 점이라고 하겠다.

세번째로 한가지만 더 지적해야할 것은 개혁의 우선순위와 완급을 가릴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금융실명제가 전제되지 않은 개혁은 오히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자칫 소리만 요란했지 실속없는 내용이 되기 쉽다.
토지이용관련개혁은 토지공급확대에 앞서 토지투기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

계획지침에 담긴 많은 개혁과제는 과거에 정권이 바뀔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거론돼온 것들이다. 어떤 것은 구체적인 시행일정까지 제시되고
법도 마련되었었다. 이번에 이렇듯 방대한 작업을 단기간에 할수 있었던
것도 실은과거에 번번이 다뤄본 경험덕분이었다는 설명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엄청난 개혁을 한꺼번에 실현하기에 5년이란 기간은 턱도 없이 짧다.
개혁은 물론 필요하다. 또 제시된 내용도 일단 방향은 옳게 잡은게 많다.
하지만 한꺼번에 다 이루려면 안된다. 조급하게 서두른다고 될 일은 더욱
아니다. 될 일과 안 될일,당장 해야할 일과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해야될
일을 가리는 작업이 개혁과제를 정하고 계획을 만드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

5년임기중에 못다한 일은 다음 정부로 하여금 완성하게 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기반과 토대를 구축하는 것 만으로도 유용하고 보람있는 업적이
될수 있다. 전부를 한꺼번에 해치우려는 졸속이 결국 같은 과제를
되풀이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당국이나 관계자들로서는 고심작이었을 방대한
"신경제5개년계획"작성지침에 관해 몇마디로 의견을 말하는건 적절치
못하다. 금후의 작업내용에 주목하면서 우선 실효성있는 계획,성장과
조화된 개혁을 추구하고 그리고 조급해하지 말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