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104) 제1부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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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유서의 필적을 살펴본 오쿠보는 다시한번 놀라 벌어진 입이 쉬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서신 끝에 두 부자의 서명이 되어 있었는데,다이묘의 필적만 다를
뿐,섭정의 것은 본문과 동일했다. 그러니까 그 서신을 섭정이 손수 쓴 게
틀림없는 것이다.
다이묘의 아버지이며 번의 실권자인 섭정 시마즈히사미쓰가 한낱 사조직에
불과한 성충조의 히라사무라이들 앞으로 친필 서신을 보내다니,그것도
타이르고 사정을 하는 듯한 투의 내용이라니,놀라움과 함께 오쿠보는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려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생각해 보았다. 그런 친유서를 받고서 그 뜻을
어기고,계획을 밀고나갈 경우 틀림없이 제재가 가해질 것 같았다. 두세
사람도 아니고,사십명이 넘는 인원이 모두 무사히 탈번을 하기는 이미 틀린
일이었다. 감시의 눈길이 벌써 쫙 깔려서 모든 동지들의 뒤를 살피고 있을
게 뻔했다.
실은 사람의 숫자가 그처럼 많았기 때문에 일이 은밀히 진행되지
못하고,비밀이 탐지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보고를 받은 섭정
히사미쓰는 놀라서 회유책을 쓰기로 했던 것이다.
얘기를 들으니,성충조란 혈기가 왕성하고 근황의 정신도 각별한 젊은
히라사무라이들의 조직이며,그 조직원 전원이 거사에 나선다고 하니,보통
문제가 아닌 것이었다. 에도로 가서 거사에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좌우간 번주로서는 곤경에 처할 일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자기네 부자의
목이 날아갈지도 알 수 없었다. 부자에까지 영향은 없다하더라도 알짜
부하라고 할 수 있는 그들 사십여명을 잃는다는 것은 번으로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 전원을 잡아서 단죄한다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었다. 서너
사람이라면 잡아 옥에 가두어 버리면 그만이겠지만,숫자가 오십명 가까이
된다고 하니 골칫거리였다. 그 많은 인원을 모조리 잡아들일 경우
잠잠하던 다른 사무라이들까지 동요를 일으켜 자칫하면 번 전체의 문제로
번질지도 몰랐다. 최악의 경우에는 반란 같은 것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끝에 회유책을 쓰기로 하고,히사미쓰는 손수 붓을 들었던
것이다.
오쿠보는 이미 탈번이 불가능하다는 생각과 함께,히사미쓰가 작고한
전번주 나리아키라의 유지를 받들어 때가 오면 병력을 총동원하여 근황의
길로 나서겠다고 했으니,그렇다면 구태여 지금 자기네끼리 일을 일으킬
필요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서신 끝에 두 부자의 서명이 되어 있었는데,다이묘의 필적만 다를
뿐,섭정의 것은 본문과 동일했다. 그러니까 그 서신을 섭정이 손수 쓴 게
틀림없는 것이다.
다이묘의 아버지이며 번의 실권자인 섭정 시마즈히사미쓰가 한낱 사조직에
불과한 성충조의 히라사무라이들 앞으로 친필 서신을 보내다니,그것도
타이르고 사정을 하는 듯한 투의 내용이라니,놀라움과 함께 오쿠보는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려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생각해 보았다. 그런 친유서를 받고서 그 뜻을
어기고,계획을 밀고나갈 경우 틀림없이 제재가 가해질 것 같았다. 두세
사람도 아니고,사십명이 넘는 인원이 모두 무사히 탈번을 하기는 이미 틀린
일이었다. 감시의 눈길이 벌써 쫙 깔려서 모든 동지들의 뒤를 살피고 있을
게 뻔했다.
실은 사람의 숫자가 그처럼 많았기 때문에 일이 은밀히 진행되지
못하고,비밀이 탐지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보고를 받은 섭정
히사미쓰는 놀라서 회유책을 쓰기로 했던 것이다.
얘기를 들으니,성충조란 혈기가 왕성하고 근황의 정신도 각별한 젊은
히라사무라이들의 조직이며,그 조직원 전원이 거사에 나선다고 하니,보통
문제가 아닌 것이었다. 에도로 가서 거사에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좌우간 번주로서는 곤경에 처할 일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자기네 부자의
목이 날아갈지도 알 수 없었다. 부자에까지 영향은 없다하더라도 알짜
부하라고 할 수 있는 그들 사십여명을 잃는다는 것은 번으로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 전원을 잡아서 단죄한다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었다. 서너
사람이라면 잡아 옥에 가두어 버리면 그만이겠지만,숫자가 오십명 가까이
된다고 하니 골칫거리였다. 그 많은 인원을 모조리 잡아들일 경우
잠잠하던 다른 사무라이들까지 동요를 일으켜 자칫하면 번 전체의 문제로
번질지도 몰랐다. 최악의 경우에는 반란 같은 것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끝에 회유책을 쓰기로 하고,히사미쓰는 손수 붓을 들었던
것이다.
오쿠보는 이미 탈번이 불가능하다는 생각과 함께,히사미쓰가 작고한
전번주 나리아키라의 유지를 받들어 때가 오면 병력을 총동원하여 근황의
길로 나서겠다고 했으니,그렇다면 구태여 지금 자기네끼리 일을 일으킬
필요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