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율화와 개방화가 가속화되면 금융기관간 흡수합병문제가 피할수
없는 관건으로 다가서게 된다. 치열한 경쟁에서 낙오되는 부실기관을 살릴
현실적인 필요성도있고 선진국의 대자본과 맞서기 위해서는 국내금융기관의
대형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선진국에서는 합병이 자주
일어난다.

지난 91년 뱅크아메리카와 시큐리티패시픽이 합쳐졌고 이에앞서 90년엔
일본의 삼정은행과 태양신호은행이 하나가돼 대형국제상업은행으로
변신했다. 영국에서도 금융혁신으로 일컬어지는 80년대 중반의 이른바
"빅뱅"이후 소형금융기관들의 이합집산이 눈에띄게 늘고있다.

우리의 경우 작년 한때 소매금융의 대명사인 국민은행과 외환전문인
외환은행과의 합병설이 나돌았었다. 앞서 91년초 경영이 어려웠던
서울신탁은행을 다른 곳에 흡수시키는 문제가 재무부에서 검토된적도 있다.

모두 구체화되지않고 과거형으로 끝나버렸으나 지금같은 추세로
금융시장의 환경이 변하면 이런류의 얘기가 재론되는것은 시간문제다.

경쟁이 격화되면 은행의 수지나 비용구조가 나빠질게 뻔해 경영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경쟁력을 갖출 수있도록 합병문제를 본격 검토해야할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은행규모만을 따져도 볼륨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91년
세계적금융전문지 "뱅커"지가 기본자본(납입자본금과 잉여금의 합계에서
영업권및 무형자본을 뺀 것)기준으로 선정한 세계 1천대은행중 국내은행은
28개뿐. 일본은행들이 상위10대그룹을 독차지하다시피했다.

연세대 하성근교수는 "대형화가 세계적인 흐름이라면서 금융기관간 합병이
필요한 시점에 온것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방법론. 정부가 주도하느냐,아니면 은행의 자율에 맡기느냐의
문제가 관심사다. 홍재형재무부장관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합병하지는
않겠다"고 잘라말했다. 그러나 과연 자율에 맡길 경우 합병이
일어날수있느냐는 의문은 여전하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설이 나돌았을때 서로가 강력하게 반대한것만
봐도 자율합병의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부실기업정리하듯이 "교통정리"를 할수있는 상황도 아니다.

물론 91년 3월에 제정된 "금융기관합병및 전환에 관한 법률"이 있긴하다.
그러나 이법은 단자사의 전환을 염두에둔것이어서 은행합병에까지
적용하는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제도적인 미비점이 있을뿐아니라
인센티브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또 합병을 하더라도 무조건 덩치만 키우기보다는 특정업무에 주특기를
살리는 "전문화"와의 조화에도 신경을 써야한다는 주문도 많다. 미국의
시티은행이나 지난 91년4월 합병돼 새출발한 일본의
협화기옥은행(일본내8위)의 경우 규모가 크면서도 소매금융에 치중,성가를
높이고있다.

합병자체의 필요성에 수긍하지 않는 견해도 있다. 합병은 인원과
기구축소를 전제로 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시각이다.
따라서 현재의 상태에서 경쟁력을 높이자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합병을 통한 대형화못지않게 전문화와 조화시키는 정책조화와
여건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