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이이나오스케가 자기의 독단적인 밀어붙이기식 정책에 반대한다 하여
당대의 영명한 학자이며 우국(우국) 지사이기도 한 요시타쇼인까지
잡아다가 사형에 처했다는 소식에 크게 분노를 느낀 오쿠보는 더 이상
거사를 미룰 수 없다고 혼자서 생각하고 있던 차에 아리무라의 서한을 받고
드디어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미도 쪽에서 거사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사쓰마의 동지들만으로라도 이차판에 미친 개 같은
이이나오스케를 없애버릴수밖에 없다 싶었다.

곧 그는 동지들을 만나 자기의 뜻을 밝혔다.
반대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탈번을 하여 에도로 갈 계획을
구체적으로 의논했다. 그리고 에도에 가서 실제로 암살을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도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나 거사의 방법에 대해서는 당장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현지에 가서 형편을 잘 살펴 가장 안전하게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떠나는 길이라 성충조의 젊은 지사들은 제각기 유서를
쓰고,함께 타고 떠날 배까지 마련하였다.

그렇게 준비가 은밀히 진행되어 가고있는데,참으로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번청으로부터 오쿠보 앞으로 한 통의 서신이 전달되어 왔던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것이 다이묘인 시마즈다다요시와 그의 아버지이며
섭정인 시마즈히사미쓰가 보낸 친유서(친유서)였다.

번주(번주)로부터 친필 서신을 받는다는 것은 히라사무라이(평시:관직이
없는 일반 무사)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오쿠보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그것을 읽고나서 그는 한 번 더 놀랐다.

극비리에 진행 시켰던 일이 어떻게 해서 다이묘와 섭정의 귀에까지
들어갔는지,번의 허락이 없는 집단 탈번과 에도에 가서의 거사에 대하여
정중히 나무라고나서,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 있었다.

"나라의 정세는 갈수록 험악하여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바,만약 사변이 돌발할 경우에는 가신 전번주 시마즈나리아키라 도노의
유지를 받들어 번력(번력)을 총동원하여 근황의 길로 나아갈 생각이로다.
그러니 친애하는 성충조의 여러 젊은 무사들은 그때를 기다려서
번군(번군)의 정예가 되어 충성을 다하여 주기 바라노라. 그길이 우리
사쓰마번의 명예와 성충조의 명예,그리고 젊은 무사들 개개인의 명예를
드높이는 길이라 사료 되도다. 아무쪼록 우리 부자의 뜻에 따라주기
바라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