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시간인 오후 7시쯤 지하철1호선 개봉역부근의 포장마차.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된서리맞는 사람들이 꽤나 많아."한무리의 젊은
직장인들과 중년신사가 어깨를 맞대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있는 강관설비메이커 해덕기계의
이성태사장(46)과 직원들로 퇴근길에 포장마차에 들른것이다.

이사장은 종업원들과의 호흡맞추기를 최대의 경영철학으로 삼는다.
종업원들과 잦은 술자리 마련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회사의 사무실과 공장 어느곳에도 사훈이나 사장의 경영방침등이 걸려
있지 않다. "빈수레"는 절대 사절한다는 경영관에서 나온것이다. 당부할
말은 그때그때 당사자에게 전달해 준다.

웬만한 일은 "자율"에 맡긴다. 사장의 몫은 자율이 몸에 밴 종업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일이다.

이사장이 자율을 유별나게 강조하는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자율은 자신감을 갖게할뿐더러 자연스레 책임감도 심어준다는게 이사장의
지론이다.

기계류 국산화를 목청높이 외치는 그에겐 자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전문가"들이 꽤나 필요하다.

"기계류 국산화가 안되는 것은 기술력이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경영자의
의지가 더 필요합니다. "
이사장은 경영자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기계류 국산화가 먼곳에 있는
신기류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 다음은 종업원들이 잘 따라주는 일이다.
그래서 종업원들에게 자율의식을 심어주게 된것.

해덕은 이사장의 의지와 종업원들의 자율이 뭉쳐 "작품"들을 잇따라
내놓고있다. 스파이럴 조관기 용접빔라인등 국산화한것. 또
산업기계분야의 대외단일수주로는 최대규모로 꼽히는 2천8백50만달러어치의
대형강관설비를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수출하기도 했다. 타회사는 물론
이회사 종업원들 조차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들이다.

이사장은 이른바 "세일즈엔지니어"이다.

1년에 두달이상은 007가방을 들고 해외로 나간다. "해외영업은 회사의
성장과 직실되지만 크게버선 국가의 이미지를 파는 셈이지요"그의 말속에서
세일즈엔지니어의 땀냄새가 베어나오는 듯 하다.

<글 남궁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