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차관과 민자당 국회의원등 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는 우리사회
에 커다란 충격과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30여년동안 곪을대로 곪아온 우리
지도층의 환부가 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로 비로소 일부나마 국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국민들은 경악과 분노를 금치못하고 있다. 동시에 대다
수 국민들은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를 이끌어낸 김영삼대통령의 용기와
결단에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에 부정축재와 관련하여 몇몇 고위공직자들이 물러남으로써 앞으로
공직에 등용되기 위해서는 도덕성에 흠집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좋은 선례를
만들었으며 개혁의 큰 물줄기도 잡힌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된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이제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대장정의 출발점에 서게된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문제는 뜨겁게 형성된
국민적 합의에 기초하여 부정부패를 근원적으로 척결하기 위한 구체적
개혁방안은 물론 개혁의 방향마저 선명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는데 있다.
주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의 법제화와 엄정한 사정활동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는 사후적으로 부정부패의 적발확률을 높이고 적발되었을 경우
엄벌하는 대증요법에 불과한 것이다. 지난30여년동안 역대정권들은
어김없이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며 들어섰고 집권초기에는 살벌한
사정활동과 개혁이 이루어졌으나,부정부패는 오히려 독버섯처럼 확산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부정부패의 소지는 그대로 둔채 사후적이고
대증요법적인 사정활동강화등에 개혁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왔기 때문이다.

올바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특이하게 지난30여년동안
부정축재가 가능하였던 우리사회의 구조로부터 우선 해명되어야 한다.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의 중요한 요소들인 부정부패와 부동산
투기,법질서의 문란과 사회기강의 해이등은 상호독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동일한 뿌리로부터 연유한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박정희대통령에 의해 도입되어 오늘날까지 30여년동안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지배해온 철학과 제도및 관행인 집권주의적 국가질서와
중앙관리경제질서 때문이다. 한동안 우리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기능하여
왔던 이것이 암세포로 전환되어 온갖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5.16직후 전제적정부는 국민들에게 눈에 띄는 성과를 과시할수 있는
"거대한 투자에 의한 권력 극대화"를 목표로 투자지배를 위한 각종
중앙관리적 경제질서를 도입하였다. 우선 국가권력이 투자재원을 장악하기
위해 관치금융을 도입하였다.

은행의 예금및 대출의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나 영에 가까운 수준으로
통제되어 이자율의 자원배분 기능은 상실되고 계획당국의 신용할당이 그를
대신하였다. 이 과정에서 시장금리와 규제금리의 격차로 인해 거대한
경제지대가 조성되었고,이를 둘러싼 정경밀착과 부정부패가 구조화되었다.

관치금융은 단지 금융기관의 불건전한 경영과 금융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할
뿐 아니라 구조적으로 토지투기를 야기시킨다. 우선 통제된 은행은 적절한
자산증식기회를 제공할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는 다시 건전한 증권시장의
발달을 구조적으로 제약한다. 결국 가계와 기업의 여유자금은
자산증식기회를 부동산시장에서 찾을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고도성장과정에서의 대규모적 공공개발투자로 인한 개발이익의 환수를 위한
토지세제는 강화되기는 커녕 비과세 감면세제의 확대와 과표의 비현실적인
저평가로 허구화되어왔다. 또한 관치금융으로 대출심사권을 제약받은
은행은 안전장치로서 부동산담보만을 중요시하는 관행이 정착되어 기업의
토지수요를 더욱 증대시켰다.

이 때문에 60년대 이후 10년 주기로 부동산투기가 만연되자 80년
도시용토지공급을 공영개발방식으로 전환하여 공공부문이
도시용토지공급까지 독점하였고,그로 인해 도시용 토지의 희소성이
인위적으로 증대되어 개발지역 토지가 이권추구의 주요대상으로
부상하였다.

부정부패의 청산을 위한 윗물맑기 운동,부정부패 방지법의 제정,엄정한
사정활등도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치유책은 부정부패의
원천(경제지대)자체를 제거하는 것이다. 정부의 그릇된 시장개입과 규제를
철폐함으로써 기능적인 완전경쟁적 가격기구를 확립하게 되면 경제지대는
자동적으로 소멸된다. 부정부패의 척결을 위해,그리고 우리경제의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자유경쟁과 자기책임원칙에
입각한 기능적인 경쟁적 가격기구를 확립하는 것이다.

정부의 경제적 역할을 질서자유주의에 입각하여 전면적으로 재편하는 것이
우선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우선 중앙관리경제질서의 핵인 관치금융을
시급히 청산하여 자본시장기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또한 창업 생산 유통
무역등 모든 분야에 걸친 경쟁제한적인 정부규제와 밀실행정을 청산하여야
한다.

그러나 시장의 가격기구가 경제과정을 만족스럽게 제어하기 위해서는
수요자들과 공급자들 사이에 힘의 균형,즉 안정적 화폐체계와 완전경쟁의
시장형태가 전제되어야 한다. 경쟁질서의 실현을 위해서는 화폐가치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기본전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국가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그 전제조건이다. 독점감독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국가의 독점감독관청에 맡겨야 한다. 독점관청은
사법부와 마찬가지로 법률에 의해 독립된 관청으로서 독점감독에 대하여
배타적 권한을 가지도록 해야한다. 이와 같이 중앙관리경제질서를
청산하고 경쟁질서로의 전면적 개편과 더불어 금융실명제를 실시하고
세제도 전반적으로 세율을 낮추고 조감법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개편하여야
한다.

이를통해 경제와 정치의 분리,나아가 국가권력의 분산화가 시급하다.
요컨대 종래의 집권주의로부터 질서자유주의의 사회지도이념의 전환과 그에
기초하여 중앙관리경제질서로부터 공정한 시장경제로의 전면적 전환,그것이
공직자의 부정축재를 근절하고 동시에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경제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선결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