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중.러시아등 한반도주변4강을 포함해 9일 단행된 해외공관장인사
의 특징은 한마디로 김영삼정부의 외교초점이 통상중시라는것을 반증한다.

주미대사에 한승수전상공부장관을 기용,대미외교의 중추가 안보에서
통상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나타낸것이 그 단적인 예.

당초 주미대사에는 이홍구주영대사가 클린턴대통령과 예일대동문이라는
점을 감안,유력시됐으나 최근 구체화되고 있는 한.미통상마찰의 원만한
타결을 위해 경제이론가에다 한.미통상관계를 다룬 경험이 많은 한전장관을
포진시킨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의 세번째 교역상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대사에 황병태전의원을
임명한것은 한중관계에서 경제교류를 크게 배려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황전의원은 과거 경제기획원에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쌓은 인물로 당초
김영삼정부의 주요경제각료물망에 오르기도 했었다.

대사직은 아니지만 외무부에서 통상관계요직을 두루 거친
선준영본부대사의 제2차관보기용도 같은 맥락에서 본부와 현지간 긴밀한
연락과 교류를 배려한 인사로 해석되고 있다.

또 쌀문제를 포함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라는 커다란 과제를
다루어야하는 주제네바대표부대사에 허승제2차관보(경제담당)를 내정한
것도 전문성을 크게 살린 인사로 보인다.

주일대사에 외무부 제일의 일본통인 공노명외교안보연구원장이 내정된
것과 고참대사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김석규외교안보연구원연구위원의
주러시아대사내정도 실리중시형 인사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다른 특징은 예고된대로 특임공관장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이다. 외무부직업외교관들의 원성이 모아졌던 청와대나
군출신 특임공관장을 대폭 줄인 것이다. 이로써 외무부의 인사적체해소는
물론 직업외교관상 정립에 커다란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외무부관계자들은 "외교의 전문화와 문민화"가 이번 인사에 크게 반영된
것이라며 긍정적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제는 특정분야의 전문가나
직업외교관이 아니면 외교사절로 해외에 부임하는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양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