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사찰 등 정치적 이유로 남북경협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틈을 타
일본 섬유.봉제업계가 위탁가공무역의 활성화 등을 통해 북한을 적극 활
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1월까지 11개월 동안 일본의 대북한 수입액 2억4천만달러
가운데 북한에서 위탁가공한 의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돼,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과의 경협을 활성화해 일본의 독주에 제동
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무역진흥공사 오사카무역관의 보고에 따르면, 도쿄 소재의 후도상
사의 경우 현재 북한의 7개 공장에서 80여만벌의 신사 정장과 점퍼 등 의
류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도상사는 특히 신사 정장에 주력해 올해
안에 신사 정장 공장을 1개 더 늘려 정장만 50만벌 생산하고 95년까지는
공장을 2개 더 늘려 생산량을 1백만벌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도쿄의 숙녀복업체들도 공동으로 오는 4월1일 북한에 봉제업을 전담
할 다이야코퍼레이션(가칭)이란 회사를 세워 위탁가공의 범위를 숙녀복으
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일본 기업들의 최근 위탁가공 형태를 보면 원부자재만을 공급하던
과거와는 달리 설비투자와 기술이전 등을 수반하면서 기업이 공동으로 진
출해 북한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새로운 형태를 취하고 있어 일본이 북한
을 일본 섬유.봉제산업의 생산기지로 만들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
다. 북한 역시 섬유.봉제산업의 기술.설비고도화를 통해 수출을 확대하
기 위해 일본 기업들의 진출을 반기고 있다.
한편 무역진흥공사에 따르면, 92년중 우리 기업이 북한에서 위탁가공해
반입한 의류는 모두 16억여원 어치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내 의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본과 달리 우리 업체들은
정치적 걸림돌 때문에 일본 업계에 밀리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