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7천만 내외동포 여러분. 우리는 오늘 일흔네번째 3.1절을 맞습
니다. 매년 이날이 오면 우리는 기미년 그날 온 나라에 물결쳤던 자주독립
의 함성을 되새기게 됩니다. 암흑이 이땅을 뒤덮고 있던 시절, 우리 선조
들은 맨주먹으로 일어나 독립만세를 부르며 일제의 총칼에 항거했습니다.
우리 겨레의 굳은 자존의지와 기상을 전 세계에 내보였습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한 선열들의 열망과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
는 세계를 향해 도약하는 나라가 된 것입니다.
올해의 3.1절은 문민민주정부의 출범과 함께 처음 맞는 것이어서 더 한층
뜻이 깊습니다. 식민통치의 압제로부터 문민민주정부의 탄생에 이르는 기나
긴 격동의 시대가 이제 역사의 한 장으로 넘어갔습니다.
그 격동의 시대를 거치며 우리 민족은 두번의 위대한 투쟁을 거쳐왔습니
다. 우리의 애국선열들은 끈질긴 독립항쟁으로 나라를 되찾았습니다. 그리
고 우리 국민은 30여년에 걸친 끈질긴 민주화 투쟁으로 마침내 진정한 국
민의 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조국의 광복을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치신 선열들의 영령과 민주화를 위하
여 헌신하신 분들에게 저는 온 국민과 함께 깊이 머리숙여 경의를 표합니
다. 7천만동포 여러분. 기미년 3월1일 민족자존의 그 외침은 우리들 가운
데서 살아숨쉬며 민족의 미래를 밝혀주는 횃불입니다.우리 선조들은 민족
의 독립을 외쳤으나 결코 배타적이거나 편협하지 않았습니다.
3.1 독립선언서는 우리겨레의 자주독립과 더불어 세계 평화와 전인류의
공영을 겨레의 이상으로 밝혔습니다. 침략주의와 강권주의에 반대하여 인
도적 정신이 꽃피는 신문명을 염원했습니다.
위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는 신천지의 전개를 열망했습니
다. 이제 선열들이 바라던대로 무력을 앞세운 대결의 시대는 서서히 역사
의 무대로부터 퇴장하고 있습니다. 민족자결과 함께 국제정의와 인류행
복을 추구했던 3.1정신은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나라의 정신적 지주가 되
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의 선열들이 세우고자 했던 나라는
자유.번영과 함게 도의와 문화가 꽃피는 나라였습니다.
우리는 지난 한세대만에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에서 민주와 번영의 나라
를 일구어 선열들의 희생에 일부나마 보답했습니다.
그러나 자손만대에 영광스럽게 물려줘야 할 이 나라는 지금 선열들이
생각하던 도의가 꽃피는 나라는 분명 아닙니다.우리사회는 어느틈에 부
정부패가 만연하고 그보다 더 무서운 부패불감증에 빠져 있습니다. 나태
와 과소비, 권리라는 이름으로 위장된 온갖 이기주의, 이러한 병균이 불러
들인 한국병이 겨레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민족분단의 철조망은 아직 걷히지 않았고 한강의기적을 노래하던 우리의
경제도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흔들리고 있습니다.겨레를 불행에 빠뜨린
가장 무서운 적은 언제나 내부에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내부의
적과 대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나라를 우리의 선열들이 바라고 꿈꾸었던 온전한 모습, 신한
국을 창조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자유와 번영, 도덕과
정의가 넘쳐 흐르는 나라, 그리고 온 인류와 함께 평화와 번영이 넘치는
세계를 건설해 가는 나라,이것이 바로 신한국의 모습입니다.
신한국 건설을 위해 우리는 용기와 헌신이 필요하며 기꺼이 땀을 흘려
야합니다.
모두가 기꺼이 땀을 흘리기 위해서는 사회가 정의로워야 합니다. 우리를
부패와 나태로 이끌고 있는 우리들 자신 내부에 있는 부정적 요인들과 싸
워야 합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이 싸움에 앞장 설 것입니다.
사회가 맑아지기 위해서는 위에서부터 맑은 물이 흘러내려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위아래를 탓하지 않고 자신부터 바로 잡아
나가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결코 개혁은 성공하지 못합니다.
오늘 우리는 선열들의 숭고한 피에 개혁하는 용기와 재창조를 위한 헌신
의 땀방울로 보답할 것을 굳게 다짐합시다.
7천만 동포 여러분.
우리의 애국 영령들이 지금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21세기는 우리 겨
레에게 어떤 세기가 될 것입니까. 그 답은 오늘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에 달
려 있습니다. 우리의 오늘이 있게 한 순국선열과 민주투사들에게 신한국 창
조의 굳은 결의를 바치면서 다시한번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