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최필규특파원]삼성물산홍콩지사의
배홍규화공담당과장은 눈코뜰새없이 바쁘다. 대중국 신규계약이
폭주해서가 아니다. 계약된것조차 성사될 기미가 안보이고있어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신규계약은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얼치기 중국거래선들은 계약취소
자체를 요구하고 있으며 오래된 거래선마저 가격인하 선적지연등 은근히
압력을 가하고 있어요"
중국장사가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치고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일컬어지던 중국시장이었다. 미.일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대신 급부상한
중국인데 이 탈출구마저 막혀가고있다. 그 원인이 우리아닌
상대방(중국)에 있어 더욱 안타깝다. 그 주범은 중국화폐인
인민폐(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

공정환율은 달러당 5.7원으로 묶여 있지만 외환조절시장에서 형성되는
시장조절환율은 이미 달러당 9원을 넘어서고있다. 지난해 4.4분기초보다
40%가까이 평가절하된것이다.

GATT(관세무역일반협정)가입을 앞두고 진행되는 원화평가절하는 GATT가입
이후에까지 지속될것으로 홍콩금융분석가들은 예측하고있다. 중국기업들의
원화평가절하 기대심리까지 작용,암시장에선 달러당 10원이상의 환율이
적용되기까지 한다.

이같은 와중에 수입을 할 중국기업은 없다. 중국인민은행의
주말리광동성행장도 "기업의 환차손으로 인해 중국기업들의 투자및
수입의욕이 크게 꺾였다"고 실토할 정도다.

2월초 시장조절환율은 북경이 달러당 9.0원,광주 9.1원,상해 8.8원,청도
8.5원,천진 8.2원등으로 솟구쳤다. 그러나 이 환율도 하루만 지나면 또
껑충뛴다.

심각한 현상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무역의 최전선에서 뛰고있는 종합상사
실무팀만이 바쁘게 된것이 아니라 지사장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 본토나들이가 빈번해지고 있다. 박찬욱삼성물산 상무가
중국출장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정천영선경이사가 중국출장보따리를 쌌다.
이는 "원화 과잉평가절하"에 따른 파장의 조기진화작업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미 원화환율폭등의 여파는 우리나라 대중국수출의 심장부를
강타하고 있다.

안경준 쌍용홍콩지사장(부사장)은 "중국시장이 대변혁기를 맞고있어
우리나라 대중수출주요품목인 석유화학이 특히 가장 큰 타격을 입고있다"며
"우리나라 유화산업에까지 그 여파가 미칠것"으로 우려한다.

KOTRA(무공)홍콩무역관의 이종일관장은 "올들어 LC취소만도 2억달러어치
이상에 달하는등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있어 금년도 중국수출을 낙관할수
없다"고 강조한다.

현대종합상사의 이경재지사장(상무)은 "우리나라 주종 수출품목인
유화제품뿐 아니라 없어서 못팔던 철강제품까지 계약철회압력을
받고있다"고 말한다.

냉연제품은 중국내 수요가 워낙 많아 괜찮으나 스테인리스 스틸만해도
선적지연 가격인하요구를 받고 있다.

(주)대우홍콩지사의 양동표차장은 "오는 2.4분기까지 계약이 이미 끝난
제품에도가격인하및 물량축소 선적지연등의 의사타진을 해오고 있어
수출계획자체가 모두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우려한다.

연초 달러당 8.1원의 환율에서 계약을 맺었던 상품에 대해선 10~12%정도의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10월중 달러당 6.5원의 환율에서 계약된
상품에 대해선 가격인하요구폭이 30%를 웃돈다.

대기업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중소기업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부분 직교역대신 홍콩중개상들을
끼고 장사를 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상인과 홍콩상인들에게 차례로
환차손에대한 가격인하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대중국수출품목인 식품 화장품 위생용품등은 마진폭이 작어
가격인하에 응할수도 없는 형편이다.

대구에서 폴리에스테르직물을 홍콩중개상을 통해 수출해오던 한
중소기업은 최근 1백50만달러짜리 LC를 취소당하고 도산위기에 놓여있다.

이같이 말썽이 나자 아예 줄행랑을 치는 중국기업인들도 있다.

신발을 수출하고 있는 P사는 수출대금을 받기위해 중국측과 연락을
취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처음엔 구정이 끼여 회사가 쉬는 줄 알았으나
뒤늦게야 중국수입상이 회사문을 닫은것을 알았다.

한국은행홍콩사무소의 김관영소장은 "원화의 평가절하가 달러당
13~15원에까지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현재로는 중국정부의 개입이
어느시점이 될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중국정부당국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다.

정천영선경이사는 "이같은 시계제로의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수출을 늘릴수
있는 길은 내수용대신 중국수입상들이 관세환급을 받을수 있는 수출용
원자재를 집중 반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중장기적으론 단순 수출형식에서 벗어나 위탁가공형태의 수출을 늘려
안정된 수출선을 유지해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