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헌재)가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공권력을 행사하지 않
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불기소처분을 취소하도록 결정
(인용결정)을 내려도 검찰이 사건을 재수사해 기소하는 경우가 드물어 검
찰권을 견제하는 가장 유력한 제도적 장치인 헌법소원제도가 제대로 실효
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헌재에 따르면 헌재가 발족한 88년 이후 현재까지 처리된 불기소
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은 모두 5백94건으로, 이 가운데 14건이 헌재에
서 받아들여졌으나 이 14건 중 검찰이 재수사해 기소한 것은 겨우 3건뿐
이라는 것이다.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은 헌재에 심판을 청구하는 사건 가운데 전
체의 35%를 차지하는 등 비중이 가장 높은 분야이나 헌재는 이에 대한 결
정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직결되는 미묘한 성격을 갖고 있어 심리를
엄격히 해 왔으며 받아들이는 비율도 극히 낮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이처럼 신중한 심리를 통해 인용결정을 내린
사건에 대해서조차 검찰이 극히 일부만 기소하고 대부분 다시 불기소처분
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법 제75조는 헌재가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한 때에는 피청구인(검찰)이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라 새로운 처분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헌재의 결정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침해할 수 없
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 조항은 단순히 불기소처분을 취소하라는 것
으로 `새로운 처분''은 재수사명령을 뜻할 뿐 기소를 강제하는 규정은 아
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헌재측은 인용결정은 기소를 전제로 해 보강수사 등 재수사를 하
라는 것이므로 검찰은 결정 취지를 존중해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는 입장
이다.
헌재는 또 인용결정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무혐의처리(불기소)한다면 이
는 위헌의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