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은행은 시중은행의 대표격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조흥은행보다 2년 늦은 1899년에 설립됐고 지금의 영업규모가 다른
은행보다 다소 뒤지지만 시중은행하면 상업은행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상업은행이 고객과 더불어 가꿔온 "앞서나가는 은행"의 이미지가 강한
덕택이다.

상은은 "미래금융의 개척자"로 불리길 원한다. 남보다 한발 먼저
떼겠다는 자세다. 은행안팎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욕이
솟고있다.

상은의 행훈만 봐도 알수있다. 행훈의 첫머리가 "창조혁신"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창조함으로써 미래금융개척의 주역이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순수 민족자본을 바탕으로 1899년 "대한천일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후 변함없이 그같은 의지를 다져왔다.

민영화가 가장 먼저 이뤄진 곳도 상은이다. 지난 73년 남보다 앞서
민영화를 성취한 자부심과 긍지로 도약의 꿈을 키워왔다.

국내종합통장거래의 효시라 할수있는 한아름통장업무(82년)도 이은행
작품이다. 3백65일 코너를 설치,대고객서비스와 자행의 이미지쇄신에도
앞장섰다.

숙녀금고 여자농구팀운영에도 한발 먼저 나섰다. 개척자정신을 묵묵히
실천해온 셈이다. 이러한 의지가 숱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좌절될뻔했던
적이 없었던것은 아니다. 다른 은행보다 앞서 나가려는 의지가 컸기에
시련도 혹독했다.

금융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작년말의 명동지점사건 뿐만이 아니다.
10년전에 터진 혜화동지점금융사고(명성사건)등 대형사고가 잇따라
발생,상업은행을 위기로 몰고간 때가 적지않았다. 그때마다 남보다
뒤져서는 안된다는 직원들의 의지와 슬기로 버텨왔다.

잇단 사고는 상업은행에 겸손을배우라는 교훈일지도 모른다. 누구보다도
앞서가겠다는 자세가 자만으로 흐르지 않도록 시련을 안겨줬다는 지적이다.

상은이 "상은문화교범"책자를 두권째 펴낸 배경에도 개척자정신을
꿋꿋하게 다져보자는 취지가 깔려있다. 숱한 고난에도 불구하고
미래금융의 개척에 앞장서겠다는 사풍을 직원 개인개인의 몸에 배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동체의식배양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직원 모두가 은행울타리안에서 하나가 되기위한 노력을 경주하고있다.
은행장과 직원들간에 점심을 같이하면서 갖는 간담회가 그런 노력의 한
예다. 은행을 위해 뛰려면 직원간의 높낮이를 없애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간담회를 갖곤한다.

공동체의식의 영역을 직원가족으로도 확대하고있다. 타블로이드
신문형태의 사보를 잡지형태로 개편발간,전현직임직원의 가정으로 직접
보내고있다. 이를 받아보는 가족들에게 상은속의 가정이미지를
심어주기위한 노력이다.

매년2월이면 중.고.대학교에 새로 들어가는 직원자녀에게 우량도서를
선물하는것도 같은 맥락이다. 입학의 기쁨을 은행이 함께 나눠
공동체의식을 쌓아 나가기위한 것이다. 10월에는 연초에 나눠준 책을
대상으로 독후감을 공모,시상함으로써 연대의식의 끈을 이어나가고 있다.
고객과 사회에 봉사하려는 자세도 돋보인다. 행훈의 하나인 "홍익금융"을
실천하기위해 대고객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위해 "더 편리하게,더
빠르게,더 공손하게"고객을 대하겠다는 CSR운동을 작년부터 실시하고있다.

상은은 오는 99년 1백주년을 앞두고 세계일류종합금융그룹으로
변신하기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를위해 9년간의 장기 경영계획인
"제2창업계획"을 마련,90년부터 추진해와 1단계3년간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제 2단계실천에 주력하고있다.

제2창업계획을 추진하면서 상은문화정립에 노력하고있다. 그 기본방향은
상은의 뿌리찾기 고객지향 인간존중 사회공영의 문화정립및
기업이미지고양이다. 은행의 뿌리찾기를 위해 상은자료실을 운영하고있다.
사료관리도 전산화하고 분야별 사료전을 갖기도 했다.

기업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선 기존의 CIP를 보완발전시킨 신CIP를
도입,오는 30일 창립94주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의욕은 높지만 앞길이 탄탄대로만은 아니다. 우선 작년말의 대형
금융사고로 가라앉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게 시급하다. 행장과 전무가
불명예퇴진하는 과정에서 상처받은 개척자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영업규모나 구조면에서도 다른 은행이 상은을 앞지르고 있다. 상은이
오랜 역사를 쌓아오면서 앞서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다른 은행들
역시 쉬지않고 페달을 돌렸다. 상은은 어쩌면 새로 출발한다는 각오부터
다지는게 시급할지 모른다. 시중은행의 대표격이라는 이미지를 처음부터
다시 쌓는다는 정신자세를 가다듬어야할 것이다.

그런점에서 행장대행을 맡고있는 정지태전무를 비롯한 임원진의 역할이
그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이들은 상은직원들의 헤진 마음을 다잡아 힘찬
재전진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 그 출발은 역시 상은안팎에서 풍겨나오는
미래금융의 개척자의식에 불을 댕기는 일일 것이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