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목] 동유럽."러"까지 묶는 "대륙시장"야망
자급자족체제 구축 세계경제 분열 가속

유럽인들은 레이캬비크에서 우랄산맥까지 유럽대륙 전체를 하나로 묶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EC단일시장은 눈뭉치처럼 12개국이 유럽대륙국가 모두를 끌어 모으는
구심체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자크 아탈리총재는 하나가 된 유럽시장을
"대륙공동시장"(Continental Common Market)이라 부르고 있다. 이
대륙공동시장이 이뤄지면 유럽대륙은 동유럽국가들뿐만 아니라
옛소련공화국들까지 포함,40여개국 9억명의 커다란 시장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것은 EC단일시장으로 시작된 지역경제의 블록을 보다 광역화하게 만들고
세계경제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다. 이에따라 세계경제는 유럽경제권에
대응,NAFTA(북미자유무역지대)가 중남미국가들을 포함하는
전미주경제권으로 확대되고 일본과 신흥공업권을 중심으로 한
환태평양경제권구성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냉전시대이후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세계질서주도권싸움이
시장확대경쟁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C 스스로는 이같은 시장확장을 통해 경제적인 활력과 정치적인 안정을
찾고 있다.

EC는 동유럽과 지중해연안국가등 성장잠재력이 큰 시장을 포함함으로써
경제활력을 공급할수 있게 된다. 또 시장팽창에 따른 대외협상력도 그만큼
강화될 것이다.

유럽경제는 자체만으로도 러시아의 석유등 원료에서부터 첨단산업에
이르는 생산기반은 물론 대규모 소비시장까지 갖춘 자급자족체제를
완벽하게 구축하게 된다.

이같은 시장확대는 또한 유럽대륙의 정치적 불안정을 해소하는데
기여할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존 메이저 영국총리는 최근 유럽의 주요 신문및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유럽국가들을 공동의 경제조직속에 묶는 것만이 유럽대륙에서 전쟁의
가능성을 없앨수 있다"고 주장,시장확대의 당위성을 강조한바 있다.

EC단일시장은 시장확대에 따른 경제적 활력외에도
낙후지역개발계획,빈국에 대한 통합기금지원,농업보호정책등의 여러가지
시혜적 정책을 포함하고있어 동유럽등 주변국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한
매력을 갖고있다.

EC가 6개국으로 출발,12개국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신규참여국들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제적 강국에 합류한것이 실증적인 예다.
포르투갈의 경우 EC평균을 밑돌던 경제성장률이 EC에 가입한 86년이후에는
87년에 5.3%(EC평균 2.7%),90년 4.2%(" 2.9%)로 EC평균을 두배 가까이
웃도는 실적을 보였다.

EFTA(유럽자유무역연합)도 EC와 부분적이나마 자유무역을 시작한 72년이후
EC와의 교역량이 75년 전체교역량의 35%에서 60%로 확대됐다.

이같은 매력에 따라 현재 EC가입을 희망하는 유럽국가는 20여개에 달한다.
이중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스위스 노르웨이등 EFTA회원국과 터키
사이프러스 말타 모로코등이 EC가입신청서를 제출해 놓고있다.

EC는 최근까지 EFTA회원국과 19개국의 EEA(유럽경제지역)를 먼저 창설한뒤
이들 국가들의 EC정식가맹여부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고 그후에 개혁이
진행되고있는 동유럽과 옛소련진영을 받아들인다는 순차적인 시장확대를
계획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초 스위스가 국민투표로 EEA참여를 거부함으로써 EEA는
스위스를 제외한 채 18개국만으로 금년 중반께 발족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C는 EEA와는 별도로 2월부터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3국을 대상으로
가입협상을 시작한다. EC가 EFTA국가들을 우선적으로 가입시키려는 것은
이들 국가들이 정치.경제적으로 성숙돼 있고 EC예산을 분담할수 있는
능력이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EC의 시장확대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을것으로
예상된다.

EFTA회원국의 경우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높아
유럽공동시장참여로 얻는 경제적이득보다 환경보호가 더 중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동유럽국가들의 경우 EC가 공동시장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시장경제정착과 정치적 민주화달성이 아직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 있다.
EC는 폴란드 헝가리 체코(체크와 슬로바크)등 중부유럽3개국에 91년
준회원자격을 부여한데 이어 작년초 경제협력협정을 체결,상당부분
무역자유화혜택을 주고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의 주된 산업인 농업 철강
석탄 섬유 화학부문에 대해서는 엄격한 수입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
업종이 EC내에서도 취약산업이어서 관련정부와 업계로부터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유럽국가들의 EC가입문제는 이들의 경제구조개편이 어느 정도
진전된 10~20년후에나 본격적으로 거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지중해 연안의 가입신청국들에 대해 EC는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오랜 시일이 걸리겠지만 EC단일시장의 확장은 관성에 의해 계속
진행될 것이다. 무엇보다 95년에 EC는 15개국의 회원국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면 종] 국제
[저 자] 이근 기자
[도 면] 유럽시장의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