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도 중기부도와 중기인의 자살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계유년을
알리는 닭울음소리가 미처 멈추기도 전에 무너지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것이다.

지난 6일 하룻동안에도 세계정보통신 세웅물산등 34개사가 당좌거래를
정지당했다. 하루평균 20~30개사가 쓰러지고 있다.

지난해 기승을 부렸던 부도사태가 올들어서는 더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월위기설이니 3월위기설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금융 인력 대금결제 입지등 대부분의 여건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긴급경영안정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크게
일고있다.

기업환경을 둘러싼 각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개선도 물론 필요하지만
중소업체들의 무더기도산을 막을 수 있는 긴급조치가 발동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소업계가 요구하는 긴급경영안정조치중 대표적인것이 대출금상환기간의
연장이다. 기협중앙회는 이와관련,정책자금대출이건 일반자금대출이건
불문하고 상환도래분에 대해선 일괄적으로 6개월내지 1년동안 상환을
연장해야 한다며 이를 정부 관계부처와 한국은행에 공식 요청하고 나섰다.
과거 사채동결조치인 8.3조치와 맞먹는 메가톤급 대책이라고 할수있다.

기협 이병균부회장은 "경쟁력을 갖춘 유망중기들조차 운전자금부족으로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며 "미지근한 대책으론 이를 막을수 없는만큼
일괄적인 상환연장이라는 특별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창업기업이나 지방이전기업은 본격적으로 공장을 가동하기도 전에 대출금
상환기한이 닥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부지조성과 공장건설 그리고
본격가동에 들어갈 때까지 평균 3년이 걸리지만 운전자금대출기간은 1년이
고작이어서 자금압박이 심할 수 밖에 없다. 구로공단에서 직물을 생산하다
충북으로 공장을 이전한 B사의 경우 거래은행에서 빌린 1억여원의
운전자금을 갚지못해 공장완공직후 도산하고 말았다.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부도로 돈을 떼일까봐 중소업체에대한
신규대출이나 대출기간연장을 꺼리고있어 중기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기협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조합원업체가운데 자금난에 몰려 문을
닫은 업체가 40%에 이른다.

시중은행을 비롯한 전국 예금은행의 중소업체에 대한 대출잔액은
41조원(작년9월말기준)에 이른다. 이들 대출금의 상환연기조치가 취해지면
중기를 회생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수있다. 이같은 요구는 중기경영안정및
구조조정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근거를 두고있다. 이 법 8조에는
"상공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중기대출자금의 상환기간연기등
긴급지원을 재무장관에 요청할수 있다"고 돼있다.

민자당도 새정부출범과함께 중기대출금의 상환연기조치를 펴기로하고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상공부 역시 이 조치에 공감하고 있다. 상공부 이건우중소기업국장은
"현재 이 조치를 요청할수 있는 요건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으나 이를
개정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시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즉 지난해말 상공부가 마련한 중기긴급경영안정지원계획에는 중기의
심각한 경영애로로 경제위기상황이 발생할때 이같은 지원요청을 할수 있게
돼있으나 이요건을 완화하겠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긴급경영안정자금 1조원의 조성 지원이다. 기존 대출금의
상환연기만으론 자금난해소에 한계가 있는 만큼 1조원규모의
경영안정자금을 조성,부도위기에 직면한 업체에 장기저리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에도 상하반기에 각각 2천5백억원씩 총 5천억원의 자금을
유망중기에 지원한 것처럼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에 운전자금용으로
경영안정자금을 공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대통령직속으로 중기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부도방지와
경영안정대책을 챙겨야한다는 주장이다.

이 위원회는 정부 학계 업계등의 관계자로 구성,각종 중기대책이
일선창구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 여부를 일일이 체크하고 신속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국무총리 산하에 있었던 중기정책심의회가
유명무실했던 점을 감안,이 위원회는 회의를 월1회로 정례화하고 대통령이
직접 주재해야 실효를 거둘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업계의 요청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대출상환연기조치에 대해 재무부와 한국은행등 금융당국은 부작용을 들어
반대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은의 박 산업자금과장은 사견임을 전제,"상환연기는
신규대출중단사태를 일으킬수 있다"고 지적한다. 돈을 갚아야 이를
재원으로 새로 대출할텐데 상환이 일괄연기되면 재원이 없어 대출은 거의
불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중기구조조정자금을 취급하는 중진공도 입장이 비슷하다. 박금일
구조개선사업부장은 "올해 지원될 구조조정자금중 약40%가 대출금
상환분으로 구성돼 있어 만일 상환연기조치가 취해지면 자금운용에 큰
혼란이 생길것"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긴급대책은
필요하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경제의 뿌리인 중소업체가 죽고 나면
줄기도 곧 말라버릴 테니 말이다. 또 이들 대책은 더이상 도산사태가
확산되기 전에 그야말로 "긴급"조치로 취해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