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정규재특파원]파란의 제7차 러시아 인민대표대회는 이고르
가이다르시대를 끝내는 것으로 회기를 마쳤다.

체르노미르진 총리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옐친도 개혁2년차를 맞게됐다.
그런면에서 제7차 러시아인민대표대회는 러시아 경제개혁 노선변화의 한
분기점이 되고있다.

경제개혁 노선의 수정은 옐친대통령의 가이다르 총리지명 실패때문에
일어난것이라기보다는 최근들어 옐친 스스로가 노선의 전환을 강력히
시사해왔다는 점에서 단순한 권력투쟁의 산물만은 아니다.

새총리로 지명된 체르노미르진부총리는 러시아정국의 최대세력인
시민동맹측 사람이다. 시민동맹은 루츠코이 부통령,볼스키
전러시아산업기업가 동맹회장,트라프킨 러시아 민주당의장등이 주도하는
그룹으로 온건개혁노선을 줄곧 주장해왔다.

시민동맹은 옐친의 급진개혁 6개월여인 지난 여름부터 소위 "개혁대안"을
제출해왔고 이번 제7차 대회를 통해 노선을 관철시킨 셈이됐다.

옐친대통령의 지난1일 대회개막 연설은 러시아경제개혁노선의 근본적인
전환을 천명한 것이었지만 이같은 노선재정립은 한달여 동안
시민동맹측과의 조율을 거친것이었다.

지난1년간 러시아 경제개혁의 기본노선은 한마디로 IMF라인이라고
할수있겠다.

새총리의 임명으로 상징되는 제2기개혁노선은 생산중시 산업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띤 반화폐금융론적 접근으로 정리되어야 할 것같다.

일부 품목에 대한 정부통제의 부활이 약속된 상태고 수출입제도의
개편,사유화정책의 조정,환율제도의 복귀,정부 보조금제도의
부활,금융완화등의 조치가 뒤따를것 같다.

일부제도는 구제도로의 복귀가 필연적일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환율제도로 지난 7월부터 적용된 단일환율은 복수내지는 3개환율
병존제도로 바뀔것이 유력시된다. 3개환율로 거론되고 있는것은 수출환율
수입환율 투자환율등이다.

내년연말까지의 보조금 전면폐지 약속도 부분적으로 무효화될것 같다.
정부가 중요산업을 선정하고 이에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높다.

사유화조치에 대해서는 외국인참여가 금지되거나 제한될 것이고 특히
석유등 자원개발에는 많은 제한이 부활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와 관련해서는 신임 총리인 체르노미르진 자신이 야쿠트
가스개발에 부정적이었다는 데서 사업의 차질이 예상된다.

시민동맹이 주축이 되어 IMF청문회까지 열렸던 점을 감안하면 외채의존
전략을 자립또는 내자동원체제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경협역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러시아정부의 경협전략은 특히 그동안 반대파를 결집시키는 애국주의적
구호로 작용해왔다.

IMF등 서방으로부터는 당연한 비난이 제기되고 또 마찰도 예상된다.

종래 러시아 개혁전략은 충격의 가격자유화를 필두로 70년 통제경제를
일거에 서구수준의 개방시장경제로 전환시킨다는 것이었다.

폴란드경제개혁에도 적용되었던 이같은 이론을 정립한 사람은 하버드대의
제프리 삭스교수로 소위 빅뱅이론으로 불리는것이었다. 이 빅뱅이론이
러시아에서 1년만에 좌절된 셈이다.

대러시아지원의 돈줄을 쥐고있는 IMF등 국제기구들은 그동안에도 엄격한
통화관리 단일환율제의 도입 유가인상 임금통제등 화폐금융론적 수단을
강요해온터여서 상당한 반발을 보일 조짐이다.

그러나 정부보조금 재개 복수환율제의 도입,수출촉진적 관세제도,개편등을
일방적으로 경제운용의 보수화로 부르기는 힘든것도 러시아의 현실이다.

야블린스키 샤탈린등 페레스트로이카시대의 주역들 역시 최근엔 러시아
정부의 친서방 급진개혁 노선을 비판해온터였다. 옐친대통령의 한국방문을
앞둔 시점에는 한국형 개발모델 또는 동양형개발모델의 채택을 주장하는
논설들이 신문을 장식하기도 했었다.

체르노미르진 총리를 정점으로 재구성될 러시아정부의 새로운 컬러는
개발독재형 점진개혁의 색채를 띨 가능성이 높다.

구조적개혁은 그속도를 크게 늦추는대신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입해 수출을
복원하고 전략산업을 육성해가는등 한국형 경제개발전략과 유사한
개념이다.

옐친 역시 최근 의회연설을 통해 새로운 노선은 러시아 산업보호에 1차적
목표를 두며 정부주도로 산업발전 전략을 수립할것을 천명한바 있다.

새로운 노선은 우리나라에는 상당히 익숙한것이 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