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경제상태를 관변과 재계가 엇갈린 판독을 하고 있는 가운데 막상
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들은 움츠러드는 경영자세를 더욱 굳히고 있다.
경기해석이 어떻든간에 현실을 호흡하고 있는 기업들은 살길이라곤 수세적
자구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큰 줄기가
감량경영으로 모아지고 있다. 한국경제는 누가 뭐래도 확대균형이 아닌
축소균형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감량경영은 인원정리 조직개편 투자축소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군살빼기와 같은 내실화의 바람직한 측면이 있는가 하면 도전이 아닌
위축이라는 불길한 측면도 있다. 이런 두가지 측면이 우리의 지상과제인
산업구조조정에 어떤 모습으로 귀결될 것인가가 문제다. 산업구조조정
과정으로서의 감량경영이냐,아니면 단순한 불황피난이냐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인원정리 조직개편등은 경기상황과는 관계없이도 경영합리화의 의미가
있을수 있다. 앞으로는 사무직의 생산성향이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 부문의 방만함을 정리하는 것은 긍정적 측면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기업들이 절박한 상황에 따라 인력을
조절하기 힘든다는데 있다. 그래서 인원정리라는 것도 임원이나
고급간부를 정리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 부문의 감량경영효과를 과연
기대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투자축소는 더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전경련이 168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바에 따르면 올해의 투자는 연초계획의 86%에 머물고
내년투자는 올해보다 9. 8%가 축소될 것이라고 한다. 그 내용도 경공업은
18%확대가 예상되는데 비해 중공업은 16%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경공업투자를 부정적으로 보려는 것은 아니지만 더 중시해야할
중공업투자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것을 주목해야 한다.

산업구조조정은 투자축소로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론 량적 팽창이나
과시적 투자를 절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질적향상을 위한
투자,즉 상품의 첨단화 다각화 차별화를 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반적 투자가 축소되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성장잠재력이 상실되고
국제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감량경영내용은 단위기업으로서의 내실화에는 얼마쯤은 도움이
기대되지만 국가경제 전체로서는 절실한 산업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소지가
있다. 정책당국은 이같은 피난적 감량경영에는 산업고도화의 대계가
없음을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