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정도600년을 맞는 서울시가 이의 기념사업으로 펼칠 기본계획안이
확정되어 세인의 주목을 끌고있다. 주요 테마를 보면 복고적이라기 보다는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준다. 4개주제인 "다시 보는 서울" "새로 나는 서울"
"신명나는 서울" "열려있는 서울"에서 그런 인상을 받게 된다. 서울시는
이같은 주제를 바탕으로 12개사업군 41개단위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핵심사업을 보면 전자정보및 금융센터가 들어설 첨단정보화단지
건설,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컨벤션센터건립,난지도쓰레기장에
환경생태공원 조성,고궁에 박물관개설,서울시의 새청사건설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밖에 서울600년대동제 전통예술축제 "서울학"의 육성과 관련된
시민아카데미개최등 각종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미래지향적 기념사업을 펼치려는 데에는 하등 이의가 없다. 그런데 너무
기념비적 사업에 치우쳐 신도시건설하듯 하는 것이 정도600년 사업으로
제격이냐 하는 의문이 생긴다. 온고지신의 미래지향적 사업은 비중이 작고
금방 눈에 번쩍 띄게되는 거대사업에만 치중하는 듯한 감이 있다. 물론
그런 사업들은 미구에 꼭 해야할 일일수 있다. 다만 정도600년에
어울리는 사업이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다.

600년의 자취,사적의 기행이 가능한 역사가 있는 서울,선조들의 숨결을
느낄수 있는 유서깊은 서울을 가꾸는데 더 많은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하고싶다. 서울이라면 어느 거리나 주택지역 상업지역 할것 없이
유래나 역사의 발자취가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하찮을지 모르지만
민족의 숨결을 이어받고 이를 우리의 면면한 맥박으로 가꾸는 데에는
더없이 소중하다.

우리는 그동안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의 자취들을 무분별하게
파괴했다. 서울에서 현대도시의 현란함은 맛볼수 있을지언정 역사의
체취를 느끼기는 어렵다. 역사의 발자취는 개발의 불도저에 의해
뭉개지거나 극히 일부가 박물관으로 쫓겨나서 갇혀 있는 셈이다. 그래서
서울은 현대도시는 될수 있을지 몰라도 전통있는 도시는 되기 어렵다.

우리는 지금껏 헐어버리고 새것을 짓는데 열중했다. 별것이
아니라고,부끄러운 역사라고,실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마구 옛것을 파괴한
것이다. 그러면 결국 무엇이 남나. 단절뿐이다. 역사란것은 민족이라는
큰 맥락에선 가장 경제성이 높은 것이다. 정도600년사업은 복원보존에도
소홀히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