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본회의는 15일 국민당 정주영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을 끝으로 민자
민주 국민 3당대표의 국회연설을 마무리했다. 이번 3당대표연설은
노대통령이 민자당적을 이탈하고 선거중립내각을 구성한 직후라는 점과
세명의 연설자가 모두 대통령선거의 출마후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런저런 정책으로 국정을 이끌 계획이니 나에게 표를
달라는 것과 같은 대선 전초전의 양상이었다.

중립내각발족으로 공격목표가 흐려진 때문인지 정부의 실정이나
정치이슈에 대한 비중이 줄고 정책제시가 많았던 대표들의 연설내용은 일단
평가할만 하다. 야유나 소란없이 대표들의 연설이 비교적 차분히 진행된것
자체가 발전적 분위기일수도 있다. 앞으로도 중립내각이 그야말로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대선관리를 한다면 대통령선거전을 정책대결로
유도할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수 있게 했다.

세 대표의 정견은 다같이 위기극복을 기본으로 하면서 접근방법에선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영삼총재는 "신한국창조"를 내걸고 깨끗한
정치와 부패척결등 상층부의 개혁을 강조했다. 김대중대표는 "화합의
정치"를 앞세우면서 소외계층 농어민등 서민대중과의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역설했다. 정주영대표는 "희망의 정치"를 돋보이게 하면서 경제적 희망과
경제자율화에 큰 비중을 두었다. 이처럼 표현을 달리하면서 세부내용은
비슷한 것이 많았다. 비슷한 것이 많다는 것은 세 후보가 듣기좋은 소리는
다같이 했고 듣기 싫은 소리는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금 한국병의
실체는 무엇인가.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려 하지 않는데 있다. 책임은
남에게 미루고 자기는 무사하려는데 있다. 인기를 의식하여 이런 점을
용감히 지적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표들의 연설에서 짜릿한 감명을 받을수
없었다.

추곡수매 문제만 해도 전량수매 생산비보장등 좋은 얘기만 했다. 그것이
당장은 농촌을 돕는 길이긴 하지만 우루과이 라운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될수 없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현실의 모면이 아닌 올바른
처방이 제시돼야 한다. 결국 모든 사람이 듣기 좋은 소리는 실현성이
희박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3당후보의 정견은 실현성이 검증되어야 한다. 이의 한
방편으로 후보들간의 TV토론이 바람직하다. 군중을 동원하여 세를
과시하는 유설는 너무 일방적 주입이다. TV토론을 통해 정책의 각론적
검증을 하는 것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