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외환시장에서 엔화가 급등세를 보이고있다.
각국 외환시장에서는 이날 엔화가 달러당 1백20엔대로 진입했다.

동경외환딜러들은 휴일인 23일을 지나 24일에도 이런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동경시장에서는 4년전의 최고치 달러당 1백20엔.45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럽통화위기로 엔화가 "도피처"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EMS(유럽통화제도)의 불안,미국경기위축등으로 유럽통화나 달러화를 팔고
엔화를 매입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마르크화에 이어 엔화가 투기자금의 표적이 된 것이다.

동경의 외환관계자들은 엔화강세의 배경을 세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현재 일본만이 세계경제를 이끌 힘이 있다는점이다. 미국은
무역.재정적자로 시달리고 있다. 잇단 금리인하에도 경기는 좀처럼
회복기미가 없어 고민이다. 독일도 엄청난 통일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금융정책운용등의 폭이 좁다. 그러나 일본은 상대적으로 정책운영에
여유를 갖고 있다.

둘째 국내경기가 위축돼 있다고는 하지만 GNP는 2.4분기기준 연율1.1%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3%대에비해 낮은 것이긴 하나
구미선진국들에 비해서는 높은 수치이다. 성장성이있다는 것이다.

셋째 경상흑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일본통산성은 올해 일본의
무역흑자가 1천3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당초예상했던 9백65억달러보다 약4백억달러 늘어난 규모이다. 연속 2년
무역흑자액이 사상최고라는 기록을 세우게 되는 셈이다. 일본정부도
무역흑자를 줄이기위해 엔화강세를 용인하고있다.

한마디로 일본경제의 기초적조건이 구미선진국보다 좋기때문에 엔화강세는
당연하다는 얘기이다.

일본의 산업계는 엔화급등을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 내수경기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있는 마당에 엔화마저 강세로 치달을 경우 수출경기에도
결정타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86년의 단순한
엔고불황때와는 다른 상황이라는 주장을 펴고있다.

전자업계는 엔화강세로 수익성이 악화될것으로 우려한다. 후지쓰는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1엔이 강해지면 8억엔정도의 손해가 된다는 자료도
내놓고있다.

자동차업계는 급격한 엔고가 미현지법인의 판매를 위축,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철강업계는 원재료의 수입과 제품수출면에서 어느정도 균형상태인
까닭에 별 영향은 없다고 보고있다.

일본정부도 엔화급등을 경계하는 눈치이다. 미국을 방문중인 하타
대장상은 현지에서 "엔화급등은 영국의 금리인하때문이다. 각국과 연락을
취하면서 추이를 신중히 지켜보지않으면 안된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외환전문가들은 이같은 금융환경변화로 몇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다.

우선 유럽금리는 인하기조로 바뀔 공산이 크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는
물론 독일도 금리인하쪽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독일의
통화공급량은 지난 8월 9%정도 증가,금융완화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볼수
있다. 독일도 결국은 EMS안정을 위해 다른 국가들과 보조를 맞출수밖에
없다고 점치고 있다.

둘째 선거가 임박한 미국도 금리를 인하할 명분을 갖게 됐다. 독일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한다면 미국의 금리인하확률은 매우 높다.

셋째 일본은 엔화강세로 금리인하의 여유가 훨씬 커졌다. 엔화강세는
수입물가를 안정 인플레예방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일본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일본은행도
엔화강세를 상쇄시키기 위해 금리인하의 길을 택할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외환시장에서는 당분간 엔화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일부에서는 EC의 경제사정이나 통화불안이 계속될 경우 엔화는
달러당 일거에 1백10엔대로 오르는 초강세국면이 전개될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등 NICS국가의 대일수출경쟁력은
개선되는 효과를 얻게된다.

그러나 급격한 엔고는 각국경제에 혼란을 야기할수 있는 까닭에
일본은행이 각국중앙은행과 협조,외환시장에 개입할 여지를 주게된다.
따라서 엔화는 당분간 달러당 1백20 1백25엔의 박스권에서 출렁일 것으로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동경=김형철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