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차례" "사전성묘" "벌초대행" 새로 나온 낱말들이다.

설 추석때만 되면 이른바 "민족대이동"이라고 까지 허풍댈만큼 귀성행렬이
길이란 길을 꽉 메워 숨통을 틀어막고 만다. 보통때 2 - 3시간이면 갈수
있는 길을 한나절 걸려 기진맥진 동네어귀에 가까스로 당도하니 고향길이
곧 "고생길"이렷다.

그래서 올 한가위부터는 자식들이 모두 서울 사는 집에선 시골노부모들이
귀향 아닌 상경을 해와 큰아들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추석을 쇠는
편의주의로 탈바꿈해 간단다. 물론 성묘는 길이 붐비지 않는 날을 잡아
"사전성묘"를 하고..

햅쌀로 밥짓고 햇과일을 차려 조상의 은덕을 기린다는 한가위차례의
미풍양속이 오직 한가지 교통혼잡이라는 핑계에 떠밀려 어쩔수 없는
편의일변도의 겉치레 절차로만 앙상하게 남는것 같아 안쓰러워 온다.

바쁘다는 요즘 도시사람들의 구실을 슬쩍 이용한 "벌초대행"이
유망사업으로 고개들고 있다는 거다. 묘 1기당 연2회 벌초관리에
5만5,000원씩 받고 산림조합에서 사업을 벌이고있고,농협의 200여
단위조합에서도 2년만기 50만원짜리 정기예탁을 하면 2년동안 4회의
벌초대행을 해준단다. 특히 벌초전후의 묘지 전경을 찍어 신청인에게
우송해 주기도 한다니 그 날렵한 장삿속에 놀라면서도 씁쓸함을 깨물게
한다. 이러한 성묘풍속의 변화에 대해 일부에서는 지나친 편의주의적
발상아니냐는 눈총도 있으나 성묘도 안하고 내팽개치듯한 불초후손들
보다야 "대행벌초"가 훨씬 낫다.

유독 올 추석연휴에는 관광지마다 붐빌 모양이다. 이미 전국의
호텔예약은 끝난 상태요,설악산의 경우 작년 추석때 절반밖에 안차던
콘도회원이 올해는 너무 몰려 추첨배정하는등 아우성이란다. 이렇듯
92년 한가위 풍속도가 돌변하고 있다. "추석연휴에는 귀성대신 관광지로"
이쯤되는 것인가. 해외관광객도 작년의 두배가 넘는단다. 이들은 아마도
시골의 "사전성묘"만은 다녀왔으리라.

옛날 구정휴일이 없을때 거의가 도리없이 신정연휴에 모여 차례를
지냈었다. 그후 설을 되찾자 다시 설차례를 도로 옮겼다. 이것도
어찌보면 편의주의다. 조상들이 설상받기 헷갈리겠다는 우스갯말에
"귀신같이 찾아오신다"는 구정파의 변이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