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방지는 국민의식의 척도"라고 지적한 노재식박사
서울의 밤하늘에서 밝은 별빛을 볼수 없게된지 오래다. 주말이면 맑은
공기를 찾아 야외로 나서는 행렬이 꼬리를 문다. 오염된 환경속에 사는
현대인들의 서글픈 모습이라며 안타까워하는 노재식박사(62).

지난 60년 영국 런던대학원에서 대기학을 전공한 이래 지금까지 30여년간
줄곧 쾌적한 삶의 환경을 추구해온 환경전문가다. 환경보전협회부회장이며
대기보존학회장인 그는 맑고 푸른 하늘을 그리워해 "하늘박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환경데이터센터를 만들어 환경관계자료제공및 조사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환경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일익을 담당했고 환경청발족의 숨은
공로자이기도 한 노박사는 유엔환경계획(UNEP)이 뽑는 환경계의
노벨상인"글로벌500"에 선정되기도 했다.

향후 인류의 발전은 환경을 어떻게 보전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믿고있는
노박사는 지금도 대덕원자력안전연구소 자문위원으로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며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놓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늦더위에 어떻게 지내십니까.

?노박사=주중에는 대덕연구실에서 보냅니다. 책과 씨름하다 보면 더위도
못 느끼는데.주말마다 집에 들르기 위해 서울에 오는데 수도권에
들어서기만 하면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가슴을 치미는 답답함을 느낍니다.
대기오염 탓이에요. 대덕에서 7년째 홀아비 생활을 하고있지만 서울로
옮기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맑은 하늘 만들기"를 주창해오셨다는데..

?노박사=우리가 어렸을땐 하늘을 바라보면 눈이 시렸습니다. 정말 맑고
푸르렀지요. 하늘에다 손수건을 적시면 파란물이 뚝뚝 떨어질것만
같았습니다. 오늘의 하늘은 어린이들에게 그런 정서를 심어주지 못합니다.
김광섭시인이 노래한 "별하나가 나를 쳐다 본다"던 시구도 이젠 나오기
힘들게 됐어요. 서울에서 무지개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서글픈 일입니다.
옛날에는 아침녘이면 서쪽하늘에서,저녁무렵엔 동쪽하늘에 무지개가 뜨곤
했지요. 무지개는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데 더이상 이를 볼수가 없어요.
공기중에 있는 물방울 속에 불순물이 들어가 빛의 굴절이 방해를 받기
때문입니다. 매연모자현상(dunsthaube)도 날이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요.
북한산에 올라가보면 서울시내가 제대로 내려다 보이지 않습니다.
먼지층이 하늘과 땅을 갈라놓고 있다고 할까요. 낭만과 아름다움을 느낄
여유를 빼앗기고 있습니다.

-그같은 환경파괴는 산업화 공업화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요.

?노박사=60년대까지만해도 서울공기가 괜찮았어요. 태릉의 유명한
먹골배밭에는 봄이면 꿀벌들이 벌판을 뒤덮는 장관을 연출했지요. 그러나
경제개발5개년계획이 실현되면서 바뀐거죠. 잘살아보자며 추진해온
산업화의 결과가 결국 환경문제를 야기시킨 것입니다. 여기에다 국민들의
에너지 과소비가 환경파괴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오일쇼크가 있었던
73년이후 미국에서는 작은 차를 타는게 미덕처럼 됐고 일본에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청정에너지 개발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제수준에 걸맞지않게 에너지를 과소비해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80년대만 자동차대수가 8배나 늘어났어요. 뿐만아니라
대형차 선호도도 오히려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정말 정신차려야
합니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십니까.

?노박사=환경문제는 이제 "생존권"이라는 말로도 통하고 있습니다. 환경
전문가들은 인류가 당면한 생존의 위기,곧 환경파괴로 인한 공멸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프레온가스의 남용으로 오존층이 파괴되고
이산화탄소등 화석연료의 배출가스가 지구의 온도를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역천자는 망하고 순천자는 흥한다"는 옛말도 있지만 특히 지구의
온난화현상은 심각해요.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가 실제로 다음세기에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는 5년전에
비해 두배의 속도로 기온이 상승해 바닷물의 평균 해면 상승률도 급속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속도라면 서기2030년까지 30 ,21세기말이면 60
1백 까지 해면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해수면이 2m만 높아져도
방글라데시가 물에 잠기게 됩니다. 세계인구의 3분1이상이 해변가에 몰려
살고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결과는 가공할만한 것입니다. 노아의 홍수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말은 더이상 농담이 아닌 셈입니다. 자연을 존중하지
않은 역천의 대가를 받을 수도 있어요.

-지구환경을 구할 대책은 없나요.

?노박사=환경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정부나 기업만 책임지기
보다 국민 모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도덕의식을 함양할때 진정한
해결을 기대할수 있어요. 다음세대에 깨끗한 환경을 넘겨줘야할 책무를
가진 우리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파수꾼이 돼야 합니다. 또
환경문제는 사전예방이 중요한만큼 앞으로 경제발전계획수립에는 반드시
"환경보전"의 대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문제가 터진뒤 이를 수습하려면
10배의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관계자들은 명심해야해요.

-지난6월 리우환경회담에도 참석하셨는데 국제동향은 어떤지요.

?노박사=잘 알려진대로 기후변화,생물학적 다양성,산림보전등 여러가지
회의가 있었습니다. 또 "리우선언""의제21"(아젠다21)이 채택됨으로써
환경보전을 위한 실천강령이 명시됐고 지구환경국제법체계가 마련됐어요.
그러나 각국,특히 미국등 선진국들이 국가이기주의에 매달려 구체적인
방법을 만드는데 소극적이어서 아쉬웠습니다. "환경"과 국가이익을
연결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어요. 큰일났구나하는 생각을
떨쳐버릴수가 없더군요. 그러나 이회담을 통해 우리나라 장래가 밝다는걸
느꼈어요. 회의장에서 젊은 연구원과 소장학자들이 세계 각국대표들을
상대로 소신껏 주장을 펼치고 강대국들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해 장내분위기를 주도했어요. 덕분에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의
수장격이 됐습니다. 세계에서 3만명이나 모인 "리우회담"은 어쨌든
"지구환경"이 인류공통의 문제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요즘 특별히 관심을 갖는 연구분야라면..

?노박사=중국으로부터 날아오는 오염물질에 관심을 쏟고있어요. 중국에서
발생하는 가스의 70%이상이 우리나라에 날아와 떨어지고 있습니다. 황해로
흘러드는 중국표사도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양자강등에서 흘러드는
이모래가 1주일이면 우리나라 제주도 북서쪽지점에 도착합니다. 연간 1.1
씩 축적되는 이모래에 각종 오염물질이 섞여 있습니다.

-중국의 공업화가 진전될수록 앞으로 피해는 더욱 심각하겠습니다.

?노박사=황해가 큰 위협을 받고 있어요. 동북아시아 전체로 볼때도
이지역의 환경오염은 매우 심각합니다. 중국 북한 한국 일본 대만에서
배출하는 아황산가스는 연간 2천만t에 달합니다.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세계총배출량의 17.5%나 차지합니다. 동북아환경보전협의기구 같은 게
시급히 설치돼야 할 상황입니다. 국가끼리 환경문제를 논의할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면 민간차원에서라도 공조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생각끝에 주위의 동료.후배들과 뜻을 모아 이같은
조직을 만들기로 하고 오는 9월중 서울에서 첫회의를 열준비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 이문제에 남은 정력을 쏟을 계획입니다.

-하늘을 연구하는 "대기학"을 선택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라면.

?노박사=어릴때 모형비행기를 직접 만들고 하늘에 날리면서 항공관련학과
진학을 꿈꾸어왔는데 고교은사의 충고와 권유로 서울대 문리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습니다. 대기학과 인연을 맺게된 계기는 공군장교로
근무하던 때였어요. 동료 미군장교로부터 선물받은 "기상과 원자력"이란
책에 몰두하면서부터 였습니다. 제대와 동시에 영국으로 건너가 당시
대기학의 세계적 권위자였던 셰퍼드교수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무한대의 세계가 전개되는 분야가 바로 이학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평소 신념은.

?노박사="일을 할수있는 사람이 노는것은 죄악"이라는 선인들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젊어보이십니다. 평소에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노박사=운동을 아주 좋아합니다. 요즘은 아침마다 테니스를 하고있지요.
아침 일찍 일어나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들고 테니스코트에 나갑니다.
아직 40대 젊은 친구들과 게임을 해도 체력이 떨어진다고 느낀적은
없습니다. 비가 와서 공을 칠수 없을때는 요가를 합니다. 신체의 리듬을
되찾아 주지요. 제나이 또래가 많이 겪는 소화불량등으로 고생한 적도
없습니다.

<대담=안종화과학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