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장기자금을 공급해주고 투자자에게는 투자이익을 실현시켜준다는
본래의 목적은 간데없고 국민경제의 애물단지가 돼버린 주식시장. 이미
투자자들의 마음이 증시를 떠나버린 가운데 주가를 떠받치기위한
부양책논의가 분분하다.

20일 저녁에 방영된 MBC TV의 시사토론 "위기증시 살릴길 없나"는 많은
이들의 눈과 귀를 붙잡아 두기에 시의적절했다. 증권업계와 학계에서 각각
2명의 토론자가 나와 현재의 증시상황을 분석하고 부약책을 진단해보는
내용이었다.

이자리에서 증권업협회산하 증권경제연구원장 신선균박사는 현상황을
증시붕괴로 보기에는 무리라면서 부양책이 나올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시안정채권 발행을 통한 지하자금흡수와 기관투자가에
대한 규제완화등의 제도개선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해 논리의

일관성을 상실한 느낌을 주었다.

고려대 이필상교수는 투자자들의 지나친 피해의식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증시가 경제구조속에서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 보다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교수는 이어 그동안 증시부양에 직간접적으로 동원된

30여조원으로 서울 부산간 고속도로를 10개나 놓을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부여당이 무조건 부양책을 내놓기보다는 금융실명제를
통한 지하자금유입촉진등 근원적인 처방으로 국민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권업계를 대표해 나온 대유증권의 배창모사장은 12.12조치가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취해졌기 때문에 제대로 효과를 거둘수
없었다고 설명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가라앉힐수 있도록 증안채권
발행등 과감한 부양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실효성없는

금융실명제""개념도 잘 모르는 토지공개념제도"등의 감정섞인 용어를
사용해가며 부양조치반대의견을 반박해 국민들의 정서와는 무관하게
증권업계의 단기적 이익만을 옹호하는데 급급한 인상이었다.

연세대 박상용교수는 지금의 증시가 위기라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원인을 구태의연한 정치지도자들에 의한 정치불안과 언론의 자극적인
표현에서 찾았다. 박교수는 현재 논의되고있는 부양책들이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증안채권의 경우 소화되기가 어렵고 소화가 돼도
시중금리를 급등시키는등 부작용이 더 클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연.기금에
대한 주식투자강요에 대해 "있을수도 없는 일"이라며 반대했다.

이번 토론은 진정한 의미의 토론이라기 보다는 주마간산식으로 각자의
입장을 한마디씩 밝히는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정책담당자들은 부양책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토론에 불참했다는
사회자의 설명이 있었으나 책임있는 얘기를 할수있는 사람이 없어 김빠진
분위기였다. 정부측의 불참은 그동안의 증시정책이 장기적인 방향성보다는
단기적인 부양책에 치중해왔다는 점을 드러내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은 단기적인 부양책보다는 중장기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과 정치적인 계산에 의한 부양책발표보다는 증시의
자생력을 회복시킬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김성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