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간 수교는 냉전체제이후 동북아의 새로운 국제질서형성에서
예견되어온 미.북한및 일.북한관계개선과 함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목되어왔다.

미국과 중소의 대립이라는 냉전구도하에서 한반도의 불안은 곧 동북아의
불안을 뜻하는 것이었으며 한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이미 개선했기 때문에
남은 수순은 중국과의 관계개선뿐이었다.

한.중수교는 따라서 냉전구도를 벗어나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첫걸음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10월 이상옥외무장관이 신문편집인협회초청 조찬간담회에서
한.중수교는 미.북한및 일.북한관계개선에 앞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이같은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한.중수교는 동북아질서형성의 또다른 중요한 변수인 북한에 큰 충격을 줘
대외정책에서의 변화를 강요하게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구소련의 와해이후 유일한 희망이었던 중국이 한국과
공식적인관계를 맺게됨에따라 미국및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서두를수 밖에
없으며 대화의 걸림돌인 핵문제에 대해서도 타협적인 자세를 보이지않을수
없게됐다.

사실 중국은 북한이 필요로하는 경제협력을 얻어내기위해서는 개방정책이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을 강조해왔으며 김일성을 초청,중국의
경제특구시찰을 주선한 것도 이같은 맥락의 일환이었다.

한.중이 지난 90년1월 서울과 북경에 무역대표부를 각각 설치하고
투자보장협정및 무역협정등을 체결,사실상의 수교상태이면서도
공식관계개선이 미루어져온 것은 중국측의 이같은 대북한설득에 시간이
걸렸기때문이다.

한.중수교는 동북아질서를 주도하고있는 일본을 견제할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볼수있다.

경제대국 일본은 최근 캄보디아에 유엔평화유지군파견을 결정하는등
국제정치사회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뿐만아니라 최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체결됨에따라 남북한과 중국을 포함하는
환동해경제권의 형성필요성을 강조하는등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형성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의 수교는 역내국가간의 안보협력문제등을
논의할수 있는 틀을 만드는등 일본의 독주를 견제할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마련의 첫발걸음이라는 의미외에 한.중수교는 우선
양국간 경제교류를 더욱 급속하게 확대시킬 것이 분명하다.

양국간 경제교류는 지난해 58억달러에서 올해 1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등 사실상 아무런 걸림돌이 없으나 공식적인 관계개선은 그마나
남아있던 심리적 장애마저 불식한 셈이다.

한국이 중국측에대한 차관제공문제는 정부당국이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데다가 구소련에대한 30억달러차관공여가 현재 중단상태에 있는등
문제점이 있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측이 대한수교에서 얻을수 있는 것이 경협등 경제적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차관제공은 아니더라도 한국측의 공단건설지원
사회간접자본투자등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수교가 남기는 또다른 큰 문제는 한.대만관계이다.

수교협상과정에서 우리측은 대만과의 관계를 단절한다는 조항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이같은 조항에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김수기 주한자유중국대사가
20일 전격 출국하는등 발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측의 단교조치
이전에 먼저 손을 뗄 가능성이 크다.

한국정부는 한.중수교가 연평균 30억달러에 이르는 양국교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틀림없지만 단교상태에서도 미국 일본등이 대만과
갖고있는 수준보다 높은 관계를 유지.발전시킬수 있다고 판단하고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한중수교의 의미는 동북아질서형성과정에서 일본측의
독주를 견제할수 있는 새로운 틀이 형성됐다는 것이며 한국이 원하는
대북한관계개선,궁극적으로는 남북통일의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는 점이다.

<김형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