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정책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대립해온 미행정부와 중앙은행인 FRB
(연준리)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행정부는 경제회복부진을 FRB의 탓으로 돌리면서 FRB의 조직개편까지도
검토하고 나섰다.

니콜라스 브래디재무장관은 지난 5일 상원금융위원회에 참석,FRB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FRB의 기능을 고려한 조직개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래디장관은 올초만하더라도 강한 오름세를 타던 미경제가 다시 약화되고
있는 것은 FRB가 적절한 시기에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FRB에 대한 압력강도를 한층 높였다.

FRB를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미행정부의 이같은 FRB조직개편발언을
한마디로 좌절과 놀라움이란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금융계와 FRB가
꾸준히 추구해온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크게 위협하는 조치일뿐 아니라
부시행정부의 경제정책무능을 FRB에 떠넘기려는 비열한 짓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FRB는 미경제가 최근 저조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것은 부시행정부가
경제정책에 대한 비전이 결여되어있는데다 조직적인 경제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치분석가들도 지금 부시행정부가 미경제불안을 책임질 희생양으로 FRB를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는 11월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부시대통령이 경기둔화로 인해 인기가 급격히 하락하자 필사적으로
희생양을 찾아왔다는 것이다.

사실 경제문제는 부시대통령의 재선을 좌우할 최대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경제재건을 부르짖으며 인기를 모았던 무소속의 로스
페로대통령후보가 갑자기 퇴장했지만 미경기가 요즘들어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있어 부시에게는 큰짐이 되고있다. 미상무부가 지난달30일 발표한
지난2.4분기중 미경제성장률은 1.4%로 1.4분기의 2.9%의 절반수준에도
못미쳤다.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지자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후보가
유세도중 재빨리 이문제들을 물고늘어지며 "부시대통령은 경제위기에
대처할 지도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공격했다.

부시행정부는 이처럼 경제문제가 정치적으로 큰 짐으로 떠오르자
경기회복세둔화에 대한 여러가지 이유와 논리를 내세워 부시를 보호하는
전략찾기에 부심했다. 이과정에서 FRB의 금융정책이 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문제는 재무부의 FRB조직개편구상이 얼마나 실현가능한 것이냐에
쏠려있다. FRB는 지난 1913년12월 연방준비법에의해 설치됐다. 그후
30년대 대공황을 계기로 제정된 은행법에따라 더욱 중앙집권적으로
개편됐다. 연방준비이사회를 연방준비제도이사회로 바꾸는 한편
재무장관과 통화감독관을 이사회의 구성원에서 제외시키는 개편을
단행,오늘에 이르고있다. FRB의 조직을 개편하려면 의회가 동의하는
은행법개정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미의회는 민주당이
장악하고있는데다 FRB조직개편에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지않다.

따라서 이번 브래디장관의 FRB조직개편은 기껏해야 상원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토록돼있는 이사회임원임명절차를 이용,친정부성향의 임원을
선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결국 FRB를 미행정부의 정치적 의도에
순응하도록 압력을 넣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다.

그동안 미행정부와 FRB는 경기침체를 탈피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금리인하시기를 놓고 항상 대립해 왔다. 지난3년간 FRB는 23차례에
걸쳐금리인하를 실시했으나 그때마다 시기를 놓쳐 경기부양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미행정부와 FRB간의 이같은 마찰은 지난 7월2일
단행된 재할인율인하조치를 앞두고 절정에 달했었다. 당시 미행정부는
금리인하의 즉각적인 단행을 요구했으나 정작 FRB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부시의 인기만회를 위해 서둘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미행정부와 만약 금리인하를 단행할 경우 가까스로 다져진 안정기반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FRB간의의견대립이 심했다.

결국 FRB는 정부의 뜻대로 재할인율을 추가로 0.5%포인트 내렸으나
미행정부는 인하시기가 늦었다며 FRB에 대한 압력을 늦추지않았다. 때문에
미하원금융위 국내금융정책소위는 지난 7월8일 청문회를 열어 FRB의
금융정책이 과연 정치권으로 부터 독립되어있는가에대해 토론을 벌였다.
FRB가 통화가치의 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으며 헌법에 보장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는가를 재검토하는 자리였다.
이자리에서 참석자들은 FRB가 항상 정치권으로부터 금리인하압력을 받아
통화신용정책이 위협을 받고있지만 금리인하조치가 정치권을 의식해서
실시되지는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이번 브래디장관의 FRB조직개편발언은 금융정책차원보다 한단계
높인 직접적인 압력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또한차례 FRB의 독립성문제를
둘러싸고 열띤 논란이 일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FRB의 독립성은 헌법으로
보장된데다 전통적으로 FRB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은 터부시
되어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FRB가 미행정부에 역공을 가할 공산도 크다.

<이종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