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 땅매각사기사건이 김영호전합참자료실장이 붙잡힘에따라 윤곽을
어렴풋이 드러내면서 그 과정에 말려든 국민은행 제일생명및 신용금고등
긍융기관들의 허술한 금융관행에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있다. 다수의
예금자들로부터 예금을 모아 관리하는 금융기관이 사기단이 그렇게 쉽사리
파고들어 갈수있을 만큼 자금관리를 주먹구구식으로 할수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있는것.

금융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금융기관의 공신력을 결정적으로 허물어뜨릴
것으로 우려하고있다. 가장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금융기관이 언제
어느순간에 사기단의 유혹에 넘어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이에대한
철저한 대책도 시급하다는 여론이 높다.

.믿기 어려울 만큼 허술한 금융관행의 첫번째는 사기사건의 씨앗이 된
제일생명의 부동산취득과정과 매입대금의 관리문제를 들수있다.
우선 제일생명은 새사옥건축이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말썽이 나있던
정보사땅을 욕심냈다는게 선뜻 납득이 안간다. 비록
금영호전합참자료과장과 그보다 더 센 실력자가 중개를 섰다고 하더라도
쉽게 계약체결에 응했다는 것은 부동산거래에 밝은 보험회사의 생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보험회사는 재산운용준칙상 20억원이상 또는 1만평이상의
땅을 사기위해 계약을 맺으면 10일안에 재무부에 보고해야하는데도
제일생명은 이규정을 철저하게 무시했다는 점. 사기단의 일행인
정명우씨와 하영기제일생명사장이 정보사땅거래계약을 맺은 것은 지난
4월이고 사건이 드러난때는 지난 2일. 그러니까 게약을 맺은 뒤 3개월간
제일생명은 계약사실을 철저히 숨겨온 셈이다. 제일생명은 땅매입을
제대로 진척시키기위해 계약을 숨겼을지 모르겠으나 규정에 아랑곳하지않는
뻔뻔한 관행이라는 비난을 받고있다.

또 6백60억원의 매입자금을 윤성식상무가 혼자서
관리했다(하사상의주장)는 점도 의혹투성이. 제일생명이 거대한 자금을
만지는 대형금융기관인 점은 분명하나 외부에 알리지 않고
은밀히추진할만큼 중요한 사안에 관련된 자금을 자금담당상무가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는것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만일 하사장이 계약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그의 진두지휘아래 자금집행이 이뤄졌다면 "전혀 몰랐다"고
말한 하사장 개인의 신뢰도에 먹칠이 가해지는 셈. 이래저래 제일생명은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거래를 한것이다.

.엉뚱하게 말려들었다는 국민은행도 잘못이 없다고만 주장하기에는
너무나 큰 실책을 범했다.

바로 정덕현대리가 개인퍼스컴으로 발급한 가짜통장과 손으로 쓴
잔액증명서. 정대리는 윤상무의 요청에 의해 할수없이 PC통장과
수기잔액증명서를 내줬다고 했으나 관련 자금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때 도저히 이해할수없는 부분이라는게 주변의 시각이다. 여기서
정대리가 수기잔액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을수없는 은행의 속사정이
드러난다.

즉 예금유치가 제일의 생명인 은행으로서는 큰 전주의 요구에 약하고 그에
끌려가기 쉽다는점이다. 이상철국민은행장은 윤상무와 그가 예금인출을
맡긴 정영진씨(정대리동생)가 이번 매입자금외에도 그동안 거액자금을
정대리를 통해 입출금했으며 그로인해 정대리는 국민은행압구정서지점의
예금을 늘리는 공로자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즉
사기사건으로 판명되기 직전까지는 지점장이 거액예금을 유치해온 정대리를
감싸줬을 가능성이 크고 그과정에서 정대리는 예금주의 요청에따라
가짜통장과 수기잔액증명서를 발급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예금유치에
혈안이 된 은행이 거액전주에 얼마나 약한지를 실감케하는 대목인 셈이다.

.신용금고는 제일생명이 발행한 진성어음을 할인한것까지는 큰 문제가
안되나 할인금액이 신용금고의 자산운용준칙상 동일인여신한도를 넘긴데
대해서는 책임을 면치못할것같다. 신용금고업계에 따르면 제일생명이
발행한 2백억원의 어음을 할인한곳은 동아 민국 동부 신중앙등 4개금고로
이중 동아와 민국금고가 할인한 어음 50억원은 사기당한것으로 신고돼
부도처리됐고 동부와 신중앙이 할인한 어음은 만기가 안돼 보관중이다.
이들 4개금고는 동일인에 대해서는 5억원을 넘어 할인하지말라는 규정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물론 제일생명 국민은행및 4개신용금고가 모두 피해자일수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대의 공신력과 철두철미한 자금거래확인이 금융기관의
생명이라는 점에서 이들에 대해서는 사건의 전모가 완전히 밝혀지는대로
문책이 따를것으로 보인다. 또 그들의 비정상적인 관행이 다른
금융기관에도 불신을 증폭시키는 씨앗이 될 우려도 높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