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가 겁난다"는 주부들의 푸념은 쉽사리 사라질것같지 않다.
대폭적인 유가인상으로 하반기 물가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기름값은 소비자부담뿐아니라 갖가지 상품을 만드는 기초원자재나 다름없어
여타공산품이나 서비스요금의 인상파급영향까지를 고려하면 암담하기만
하다.

최근들어 택시요금 맥주값등이 올랐고 철도 지하철등 공공요금의 인니상도
"대기중"이다.

"긴축정책의 효과가 가시화되고있다"는 정부의 아전인수격 해석이
무색해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함량축소등 갖가지 편법인상까지 감안하면
주부들의 푸념은 당연한 셈이다.

국내 유가가 10% 오를 경우 도매물가는 약 1%가량 인상되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이번에는 휘발유 등유등 소비성 유종의 인상폭이 커
인플레심리를 크게 자극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원유 이외에도 원당 대두 아연 주석등 거의 모든 국제원자재가격이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관련업계는 원가압박을 견디다못해
가격인상방침을 정해놓고 시기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들어 원화의 대달러환율이 큰폭으로 오른 것도 물가불안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24일 현재 원화환율은 7백90원60전으로 작년말(7백60원)에 비해
껑충 뛰어 올랐다. 그만큼 수입품과 원자재가격이 오를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반기 물가에 관한한 2중 3중의 악재가 겹쳐있는 불안한 상황이다.

이미 이같은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오는 7월1일부터 주요 가공식품의 가격을 올려받겠다고 메이커측이
통보해왔다"
편의점업체에서 구매담당을 하는 차성훈씨(32.노원구 월계동)는
유가인상의 영향으로 가격을 올리려는 것같다고 짐작했다.

또 매년10월쯤이면 상반기에 오르지 않았던 품목의 가격이 인상되는게
과거의 경험이라며 하반기엔 공산품가격이 만만치않을 것이란 얘기다.

차씨는 약 3천개 품목을 취급하는데 작년말에 비해 평균 10%가량 오른것
같다고 어림했다.

하반기 물가전망을 어둡게 하는 또다른 요인은 물가정책에 관한 국민들의
불신이다. 이번 유가인상은 이같은 불신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정부에서 물가안정을 포기한 것입니까. 인플레를 막기위해 소폭
올린다더니 이게 뭡니까"
매달 기름값으로 10만원남짓 나간다는 회사원 정광주씨(34.성동구
옥수동)는 앞으로 2만여원이상 더들게 됐다며 씁쓰레했다.

주부들도 물가에 관한한 정부얘기를 좀체 믿으려들지 않는다.

"값은 안올랐는데 양이 꽤나 줄었어요. 정부에서 단속한다니까
그런가봐요"
주로 아파트단지내 상가에서 찬거리를 장만한다는 주부
신혜영씨(33.성동구 구의동)는 값을 안올린 것처럼 양만 줄인 것을
볼때마다 속는 기분이라며 속상해했다.

지난 2년동안 남편 직장때문에 독일에서 살다 연초에 귀국한 신씨는 3년전
독일에 가기 전보다 물가가 턱없이 많이 올랐다고 얘기한다.

전에는 1만원짜리 한장을 갖고 나가면 3 4일치 먹거리를 살수 있었는데
이제는 하루치를 사기에도 빠듯하다는 것이다. 어림 짐작으로 3 4배는
올랐다는 얘기다.

올들어선 식품류보다도 공책 스케치북을 비롯한 학용품비와 학원비등
아이들 교육비를 비롯한 개인서비스요금이 많이 올랐다는게 주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2백원짜리 공책이 더 얇아졌어요. 5백원 하던 스케치북은 없어지고
1천원짜리만 팔더군요"
국민학교 3학년생 아들을 두고있는 주부 권미송씨(34.광명시 소하동)는
학용품값이 작년보다 최소한 20 30%씩 오른것 같다고 언짢아했다.

반쯤 항의가 섞인 주부들의 하소연은 "올들어 물가가 안정됐다"는 정부의
평가와는 전연 딴판이다. 지수로 나타나는 물가보다 실제로 느끼는
피부물가는 크나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들어선 주부들의 장바구니물가보다도 직장인들이 느끼는
"호주머니물가"가 더 심각하다. 점심값 이발료등 자율화돼있는
개인서비스요금이 슬금슬금 오르는 것이다.

"대여섯명이 함께 점심을 먹을 경우 혼자 내기가 부담스러워졌다.
작년에는 점심 한끼에 2천 2천5백원이었는데 올해는 최하 3천 4천원에서 좀
나은곳은 5천원으로 올라버렸다"
회사원 이호경씨(35.노원구상계동)는 불황인데도 불구하고
개인서비스요금은 꾸준히 오르는 것 같다며 앞으로의 경제 움직임을
걱정했다.
특히 올 연말로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심리가 다시 만연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이 많다. 대선이 끝나면 부동산을 비롯한 각종
물가가 뛰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경제기획원의 안병우 물가정책국장은 "올 하반기에 물가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이 많다"며 공공요금인상을 최소한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모든 경제병폐는 인플레에서 비롯된다. 정책우선순위는 물가안정에
두어져야하고 인플레기대심리를 불식시키는데는 정부정책의 신뢰성 회복이
관건이라는 점도 강조돼야 할것이다.

<박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