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에는 아다드라는 기상신이 있었다. 뇌우를
주관하는 신이다. 소의 등에 올라타고 한손에는 번개를 움켜쥔 모습으로
흔히 묘사된다. 뇌우의 쇠사슬을 끊어 천둥을 치고 폭풍을 몰아 나무를
쓰러뜨린다. 칠흑같은 구름에 휩싸여 우렁찬 포효를 한다. 폭풍우를
쏟아내 지상을 휩쓸어 버린다. 그런 한편으로는 자비로운 비를 내려주기도
한다. 메마른 대지를 흥건히 적셔 풍요로운 결실을 가져다 준다.

비는 이처럼 야누스와 같은 두 얼굴을 지닌 자연의 조화다.

그런데 근래에는 비가 몰고 오는 자연의 재해를 걱정하기에 앞서 인간이
자초한 비의 재해를 두려워해야만 하기에 이르렀다.

이름하여 산성비-.

자동차 공장 빌딩 가옥등의 주연료인 석유 석탄등 화석물질의 사용이
만들어낸 사생아다. 이들 화석연료의 연소에 따라 발생하는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에서 생긴 황산염 질산염등이 과도하게 들어있는 비인 것이다.

비의 수소이온농도지수(PH)가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함유량과 같은 수준인
5.6보다 높을 때에는 정상적인 비다. PH가 그보다 낮은 경우에는 삼림이나
농작물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호소나 하천 토양등의 생태계를 변질시켜
플랑크톤 어류 삼림수목을 죽게 만든다. 또 그것은 인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사람이 산성비를 자주 맞으면 머리칼이 빠지고 피부병 눈병을
앓게된다.

산림청임업연구원 대기오염연구실이 최근 1년간에 걸쳐 비의 산성화
실태를 조사한 것을 보면 산성비의 심각성이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음을
실감하게 해준다. 대도시나 공업단지 주변의 삼림에 위험수준인
PH5.0이하의 산성비가 내려 소나무가 말라 죽는 상태에 이르렀고
중소도시나 산악지역에도 기준치보다 강한 산성비가 내려 이 상태로
방치하면 멀지 않아 전국 삼림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겨울철에 여름철보다 더 독한 산성비가 내리고
또 PH치가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것 또한 그 증상이 중증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산성비 피해로 골머리를 앓아온 북유럽이나 북아메리카 지역의 전철을
밟지않기 위해서는 각종 대기오염물질의 배출 규제,청정연료의 사용 권장등
대책이 서둘러져야 될것 같다.

가뜩이나 "개발"이라는 구실하에 삼림지역이 마구 파괴되어 가는 마당에
산성비에 의한 삼림피해까지 겹친다면 우리 강토는 어떻게 될것인가.
생각만 해도 살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