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대문학의 거장 나쓰메 소세키(하목수석)가 영국유학을 마치고
귀국,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를 하고있었다.

어느날 그는 칠판에 "I love you"라고 적어놓고 학생들에게 문학적인
번역을 해보라고 주문했다.

학생들은 이런 간단한 문장을 흑판에 써놓고 해석을 하라는 소세키선생의
요구에 어리둥절할수 밖에 없었다. 호명에 따라 학생들은 어정쩡한
표정으로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느니 혹은 "사모한다"느니등 판에 박힌
대답밖에 별다른 해답을 구할수없었다. 소세키선생은 학생들의 해석이
전부 끝나자 몹시 불만스런 표정으로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물론 여러분의 해석들이 틀린건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해석도
가능하겠지요. -아,오늘밤의 저 달은 유난히도 아름답군요-라고"
그의 설명에 의하면 달밤을 거닐던 두 연인사이에 굳이 "나는 당신을-
"운운할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는것. 오히려 "아,오늘밤의 저 달빛은."하는
표현이야말로 사랑의 체온을 느끼게 하는 해석일수 있다고 그는 조용히
설명했다.

우리의 교육현장에서도 이런 해석이 가능할까하고 자문해 본다.
암기.주입식 교육으로 이미 오래전에 화석처럼 굳어져버린 전통에서 보면
소세키선생의 해석은 엄청난 탈선이다. 대학입시에 소세키류의 해답을 한
학생은 영락없이 낙방했을 것이며 따라서 그가 남긴 불후의 명작들은 감히
상상도 할수 없는 잠꼬대와 같은것.

오는 94년부터 대학입시제도가 전면적으로 바꿔지리라 한다. 고교의
내신성적 대학수학능력시험 대학별고사등 세가지의 관문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이중 내신성적이나 대학별시험등은 귀에익은 제도들이지만
수학능력시험만은 입시제도사상 처음으로 도입되는 것이어서 학부모와
학생들사이에 혼란이 일고있는 모양.

매년 복수로 치러질 이 수학능력시험은 우리의 고교교육이 오랫동안
염원해온 전인교육의 열매를 맺기위한 기초실력 테스트. 광범한 분야의
독서를 했거나 넘치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갖춘 수험생에게 더 유리한
찬스를 주고,눈치나 연필굴리기에 능한 수험테크니션들에게는 절대적인
손해를 안겨주겠다는게 이 시험제도의 골격.

새학기부터 재연될 과외수업 학원수강의 불길이 체온을 느낄수 있는
교육의 제방향으로 나아가 주기만을 기다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