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부설연구소가 인력난으로 제구실을 못하고있다. 연구소수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있으나 핵심연구요원들을 대기업등에 빼앗겨
연구개발(R&D)이 중단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연구소를 신설하려는 중소기업중에는 이.공계 전문인력을 구하지못해
인가를 받지못하는 업체가 적지않다. 운영중인 기업도 신규채용은 물론
연구원들이 떠난 빈자리를 채우는데 급급하고있다.

과학기술처의 인가를 받은 중소기업부설연구소는 5월말 현재 7백88개로
이중 올해 신설된것은 82개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65개보다
26%나 많은 것이다. 이처럼 수적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대부분의
연구소가 인력난으로 실제 연구개발에 진전을 보지못하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정밀의 경우 주유소관련 POS(판매시점관리)소프트웨어(SW)를
상품화까지 완료한 핵심요원 4명을 호남정유에 빼앗겼다. 회사측은
후속사업으로 계획했던 다른 시스템개발을 중단할수 밖에 없었다.
엠시스템즈도 최근 연구원3명이 연구소를 떠나 통신기기와 부품을
개발하려던 장기프로젝트에 손도 못대고있다.

주식회사카스의 부설연구소에선 해마다 1명이상의 인력이 빠져나가 현재
연구원이 17명뿐이다. 타사로 떠난 연구원중에는 회사돈으로 박사과정까지
이수한 고급두뇌들도 포함돼있다. 회사관계자는 "첨단센서를 개발하려면
석사10명 학사13명을 더 확보해야하는데 연구원의 이직현상마저 막지못해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연구소신설을 추진중인 중소기업의 입장은 더욱 딱하다. 중소기업이
부설연구소 설립인가를 받으면 기본적으로 학사 5명을 확보해야한다.
이조건을 갖추지못해 연구개발전담부서설치에 그쳐야하는 기업이 많다.
화성의 녹우제약,용인의 동우산업,인천의 대주산업,부산의 화성상사등이
그같은 경우이나 이회사관계자들은 인력만 확보되면 본격적으로 연구소를
운영해보겠다고 밝히고 있다.

중소기업에 번지고있는 연구전담요원의 확보난은 연구소를 두고 있는
업체의 연구의욕을 꺾는 부작용마저 가져오고있다. 동양방전은 석사를
찾다가 어려워 학사로 학력을 낮췄으나 그나마도 실패,이젠 전문대출신을
채용키로 방향을 바꿨다. 이같은 형편에 방전기 전자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개발계획이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이라고 관계자는 하소연했다.
진영종합기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비닐하우스 자동화설비개발이 차질을
빚고있다.

중소기업연구소들이 겪고있는 전문연구인력난은 이처럼 생각보다
심각하다. 전문연구인력 확보난이 심화되고 있는 요인으로 우선
대기업선호경향을 들수 있다. 연구원들은 대기업경력을 중시하는 사회의
일반적인 분위기에 끌려 3 4년정도 중소기업에 근무하면서 경력을 쌓은뒤
미련없이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

한국정밀화학이 겪은 경험이 대표적 사례다. 2명의 석사급연구원에게
장학금을 줘 일본동경대,미매사추세츠주의 브렌다이스대에 유학을 보냈다.
그러나 이들은 박사학위를 취득한뒤 대우가 좋은 대기업연구소로 가버렸다.
중소기업이 어렵게 인재를 양성,대기업에 공급한 셈이다.

대우도 큰문제다. 중소기업의 급여수준이 대기업보다 낮은게 현실이다.
이같은 약점을 노려 대기업이 높은 급여를 제시하면서 스카우트제의를 할
경우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이를 말릴수가 없다.

연구결과의 실용화가 미흡한 점도 연구원들이 다른곳으로 떠나거나
중소기업취업을 꺼리게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있다. 진영종합기계의 한
간부는 자금과 생산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이나 제품을 즉시 상품화하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밝히고 이같은
여건에서 고급두뇌가 몰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관계전문가들은 중소기업부설연구소의 인력난을 덜기위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연구인력에 대한 스카우트를 지양하고 자체양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도 중소기업의 연구인력에대한
병역특례를 확대하고 연구원인건비세액공제제도를 간소화하는등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역시 연구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연구소를 활성화하고
연구원의 대우를 향상시키는등 자구책마련에 힘써야 한다. 장기적인
연구계획을 수립하는등 연구소를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고급두뇌가
중소기업연구소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연구소관계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