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내세울만한 장기나 취미가 없어서 어쩌다 공식적으로 제출해야하는
신상명세서의 취미란에 독서라고 쓰고는 속으로 민망한 생각을 하는
몰취미한 사람이기 때문에 참가하는 모임도 학교동창회가 고작이다.
그러기에 한 3년전부터 시작한 골프는 우선 내 신상명세서의 취미란을
독서대신 골프로 채울 수 있도록 해주어 고맙고,다음으로는 평소에 전화는
주고 받으면서도 서로 바빠 만나기 힘든 친구들을 만날 기회를 넓혀주어서
고맙다. 특히 용산고등학교 16회동창(1965년 졸업)들의 골프모임인
용촌회가 일년에 한두번 일요일에 열릴 때에는 동창들의 소식도 들으면서
김규상군(삼정약국대표)
이원근군(중앙금속(주)대표)박희갑군(대영설비(주)대표)등과 함께 캐디
팁을 걸고 몇시간을 웃고 즐기는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어쩌다 티 샷이 근사하면 "야 사진 한장주라"하며 익살을 떠는
강철구(동우건축 소장)과 장기택군(쌍용중공업 상무),윤석창군(윤정형외과
의사)은 그런 중에서도 가장 자주 만나는 동창들이다.
몇년전부터 볼륨 댄스에 몰입한 강철구군이 우리를 1년에 한번 초청하여
관람기회를 주는 연례 무도회대와,할일이 없어서 TV나 보고 있는 일요일
아침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우리 모두를 끌고가는 윤석창군과의 관악산행은
우리사이의 각별한 즐거움이라 하겠다.
가끔 모여서 가정이나 직장문제 때문에,때로는 고담준론때문에 그리고
보다 자주 "기루다"나 고스톱때문에 너무 늦게 집에 들어가는 일은
최병철군(극동전선 사장),정승모군(쌍용자동차
상무),최동수지점장(웨스트팩은행)과의 사이에서의 일이다.
이제는 가족들도 남이 아닌 것처럼 자주 왕래를 하고,집사람들은 우리가
늦게 귀가하는 날에 내는 벌금으로 자기들끼리의 모임에서 비용으로 쓰는데
비용이 떨어질때면 은근히 "기금이 다떨어져 가는데요"하며 늦은 귀가를
유도하기까지 한다.
이런 우리사이라 얼마전까지만 해도 네가족이 함께 가을이면
단풍놀이를,겨울이면 용평스키장을 다녀오곤 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입시준비 때문에 내키지 않아해서 힘들어 졌다. 그러나 베어스 타운에서
리프트를 잘못타 스키를 벗어메고 내려온 최병철군이 용평의 골드코스를
탔다고 으스대는 것은 이런 행사때마다 베풀어준 최동수지점장의
"특별스키강습"덕분이라 하겠다.
그리고 연말이면 네가족이 최동수지점장의 널찍한 저택에 모여서 아이들의
장기자랑을 보며 매년 몰라보게 자라고 어른스러워져 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아직은 놓치기 싫은 우리들의 즐거움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