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있는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대책이 여러모로 논의되고 있다. 올해초 증시개방과 함께 활황을 보인것도
잠시일뿐 요즈음 종합주가지수 고객예탁금 주식거래량등 각종 증시지표들은
증시침체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증시침체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스스로 침체를 벗어날수 있는 힘도 기대할수 없다는 점이다.
증시회복을 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은 국제경쟁력강화와
수출증대등 실물경제의 활성화밖에 없다. 그러나 어느 경제학자가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는 죽는다"고 말했듯이 눈앞에 닥친 어려움을
외면한채 원칙론만을 되뇌일수 없는 것은 증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 증시회복의 당면과제는 수급불균형의 시정을 꼽을수 있다.
지난 몇년동안 재테크붐을 타고 기업공개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주식공급량이 수요에 비해 너무 많았다. 특히 부당한 이익을 노려
부실기업을 마구잡이로 공개하여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힘으로써
투자수요를 더욱 위축시켰다. 기업공개후 불과 3개월만에 부도를 낸
신정제지가 대표적인 예이며 이밖에도 허위공시남발,내부자거래,엉터리
결산회계등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 많았다. 증권감독원은 지난 11일
뒤늦게 현재의 기업공개제도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개선방안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기업공개전에 일정기간동안 장외거래를 통해 기업실체를
파악하고 분식회계를 방지하기 위해 증권관리위원회에서 직권으로
회계감사인을 지정한다는등의 내용이다. 이러한 기업공개요건의 강화뿐만
아니라 다른 불법행위를 미리 막기위해서도 일반투자자들의 재산피해를
배상해줄수 있는 제도정비가 필요하다. 그것이 보험이건 손해배상소송이건
재산피해가 부당이득의 몇배 몇십배인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배상방안 마련만이 증시질서 개선의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증시의 단기적인 수급불균형을 시정하기위한 다른 하나의 과제는 대표적인
기관투자가인 투자신탁의 경영개선방안을 서둘러 마련하는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투자신탁회사가 경영부실에 빠진 것은 지난 89년4월 1,007.
7까지 올랐던 종합주가지수가 89년말에 840선까지 떨어지자 증시부양을
위해 2조7,692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은행대출받아 주식매입을 하였기
때문이다. 종합주가지수는 현재 590선으로 떨어져 엄청난 평가손실을
떠안고 있으며 현재 5조6,000억원이 넘는 빚의 한해 이자만 6,000억원에
달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처럼 빚이빚을 불리는 악순환에서
주가를 떠받치고 소액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투자신탁에
기대할수는 없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3개 투신사의 지난해말 현재
보유주식금액이 8조9,000억원선으로 상장주가총액의 12%가 넘는 막대한
액수라는 점이다. 투신사들이 경영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보유주식을
매각하는 경우 증시붕괴라는 최악의 사태를 가져올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심각한 투신사의 경영난을 덜어줄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가장
바람직한 것은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으로 올라 투신사의 보유주식이
무리없이 팔리는 것이나 현재의 증시장세로는 가까운 시일안에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투신사의 이자부담을 현재의
6,000억원선에서 한해 영업이익규모인 2,000억원선으로 줄여주는
금융지원책이 있을수 있다. 이밖에 수익률이 높은
신상품개발,긴축경영,외국인주식투자의 제한완화등이 얘기됐으나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지원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국고자금지원,한은의 특별융자,은행등 다른
금융기관의 출자를 통한 자본금증액,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등을
들수있다. 이미 정부는 3%의 낮은 금리로 2조2,546억원의 국고지원을
하였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앞으로의 국고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다른 금융기관들의 출자를 통한 증자나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남은 방법은 한은특융뿐인데 통화증발에
따라 물가상승을 부추길 염려가 있으며 가계대출제한,중소기업의 자금난
등을 생각할때 특혜시비가 있을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뾰족한 수가
없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위한 예방조치를
서둘러야한다고 본다. 단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한뒤 한은특융은
최소액수로 제한해야할 것이며 통화증발을 막기위한 통화채발행도 적극
검토해야할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걸핏하면 증시부양을 외친 증권사와 일부
투자자및 언론,그리고 한은의 발권력동원 운운하며 상식을 벗어난
정책집행을 무리하게 강행한 정책당국의 책임도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그러면서도 판이 깨지는 것만은 막기위해 최소한의 정책지원을
촉구할수밖에 없는것이 우리의 현실이며 아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