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는 제네바에서 열린 다자간 철강협상이 실패로
끝남에 따라 협상참가국들은 주요 쟁점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쌍무간 또는
다자간 계속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회의일정은 아직 확정된게 없다고 밝혀 세계철강업계의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칼라 힐스 USTR대표는 이날 별도의 성명을 통해 철강VRA가 종료됨에 따라
미철강업계는 미통상법에 의존,외국의 불공정무역관행을 시정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미행정부는 이를위해 미통상법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일본 EC 한국등 철강생산국들은 그동안 VRA종료시 이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무역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보조금철폐 반덤핑제소남발방지등의
문제를 놓고 다자간 철강협상을 벌여왔다.
지난 80년대중반부터 세계철강업계의 국제무역질서를 지탱해오던 VRA가
지난달 31일로 종료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벌여온 MSA협상이 완전히
실패함에 따라 세계철강업계는 당분간 무질서속의 혼미한 상태를
보일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장 우리에게 우려되는점은 미철강업계의 반덤핑제소가
러시를 이뤄 철강수출에 커다란 타격을 주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미철강업계의 입장에서는 VRA종료로 외국철강수입이 크게 늘어날것에
대비,반덤핑제소나 상계관세제소를 통해 외국철강의 수입을 억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워싱턴에서는 상당수의 미철강업체가 VRA종료에 대비,지난해
가을부터 반덤핑및 상계관세제소를 준비해 왔다는 소문이 줄곧 돌았다.
특히 스테인리스등 일부특수강과 유정용강관의 경우 당장 덤핑제소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이곳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지난 80년대초처럼 하루에 수백건의 덤핑제소사태가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이곳 철강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난10년동안 VRA를 통해 외국철강수입이 억제되는 사이에 미철강업계가
시설대체 감량경영등을 통해 경쟁력을 상당히 회복했기 때문이다.
덤핑제소시 승소를 하려면 수입철강이 국내산업에 피해를 주고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하는데 현재와 같이 경쟁력이 회복된 상태에서 이를
입증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덤핑제소를 실제로 할 경우 변호사비용등 부대비용이 엄청난데 이를
감수하고 제소해서 과연 실익이 있을 것이냐는 계산도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VRA의 연장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을때 경쟁력이 약한 특수강업계는
적극 찬성한데 비해 경쟁력이 있는 미니 밀(mini mill)은 완전경쟁을
주장하는등 업계사정에 따라 입장의 차이를 보였듯이 덤핑제소도 지난
80년대초와 달리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상당수의
철강업체가 덤핑제소준비를 해왔지만 특수강등 일부업계가 실제 제소에
들어가고 나머지업계는 시장상황을 지켜보면서 제소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시장상황이라는 것은 VRA가 없는 상태에서의 수입철강의
시장점유율을 의미한다. 수입철강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 당연히
미철강업계는 덤핑및 상계관세제소를 통해 수입억제에 나설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정한 상태이지만 현실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에서 일본정부가 VRA의 종료와 함께 일본철강업체들의
대미수출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철강수출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철강수출국들 스스로가 대미수출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을 경우 세계제1의
시장인 미국시장이 봉쇄돼 가뜩이나 공급과잉을 보이고 있는
세계철강업계는 그야말로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철강업계는 당분간 일본 한국등 주요철강수출국들이 스스로
대미수출을 억제하는 VER(Voluntary Export Restraint:자율수출제한)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VRA는 말이 자율규제이지 사실상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수입쿼터제인데
비해 VER는 실질적인 자율규제라는 점에서 차이가있다.
또 하나 우리로서 우려가 되는 점은 미행정부의 자세이다.
칼라 힐스대표가 성명에서 밝혔듯이 미행정부는 다자간협상이 뜻대로
관철되지 않자 국내미통상법을 강화,외국의 불공정무역관행을 시정하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다자간 철강협상도 실패로 끝나고
우루과이라운드도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짐에따라 미행정부는
국제무대에서 현격히 약화된 미국의 힘을 의식,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국가에 대해서는 매우 강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철강업계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함께 공동으로 노력,대책마련을 서둘러야할 것으로
지적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