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국민당대표가 현대그룹 대주주의 주권을 포기하기위해 공증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는 정씨의 정치참여 이후 줄곧 제기돼 온 재벌당 비판
에 서 벗어나기 위해 법률적으로 주권행사 포기를 명백히 해두겠다는 의도
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참여선언과 동시에 주권행사를 동생인 정세영 현대그룹 회장에게
일임한다 고 발표했던 정대표가 이 시점에서 주권행사 포기를
"공증"하겠다고 다시 밝히고 나 선 것은 표면적으로 주권행사포기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정말 현대그룹과 인 연을 끊은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여론을 의식한 데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세영 회장도 "전명예회장은 주권행사를 내게 일임했다"고 밝혔지만
그의 정 치참여 이후 계속돼온 범그룹 차원의 국민당 지원은 현대측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돼 왔다.
국민당은 3.24 총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원내교섭단 체를 구성하는데
성공했다. 일단 원내에 교두보를 확보한 국민당으로서는 공당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해둘 필 요를 느꼈을 것이 틀림없다. 교섭단체 구성에
만족하지 않고 대선후보까지를 염두에 둔다면 더말할 나위도 없다.
주권포기 "공증"은 또 그동안 정.경분리를 주장해온 재계의 여론과
국민당 약진 을 못마땅해 하는 대다수 재벌그룹들의 "불안"해소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표면적으로는 국민당에 재계의 의견을 대변해주도록
주문하고 있지만 내심 공당이 특정 그룹을 지나치게 싸고 돌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정씨의 정치참여를 노골적으 로 비판했던 일부 그룹은
총선후 돌아올 불이익에 은근히 불안해 하고있는 것도 사 실이다.
정대표의 주권포기 공증선언은 그런 의미에서 불가피했던 것으로
분석되지만 재 계일각에서는 그같은 형식적 절차로 과연 현대그룹과의
절연이 이뤄질지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현대그룹과 경쟁관계에 있는 재벌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씨가 진작
주권행사포 기를 선언했음에도 총선과정에서 나타났듯 현대그룹과
국민당과의 관계가 끊어진 것 은 아니지 않았느냐"면서 주권포기 공증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재벌 그룹 관계자는 정치활동을 하는
동안 주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선거중에 국 민당이 한 공약을
실천하는데만도 줄잡아 2조원은 들것이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선 언적
의미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그룹으로서는 정씨의 주권포기 공증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정세영회장 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증절차를 거칠 경우 "법 적"으로는 완벽한 주권행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 국민당대표가 소유하고 있는 현대그룹 주식은 그룹내 주요계열사의
대주주인 현대중공업 주식의 53.7%인 2천2백53만주를 비롯, 상장.
비상장사를 포함해 약 2조 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