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의 정국구도를 재현,민자당에 일대타격을 가한 한편 민주당의
세력확장과 국민당돌풍이라는 결과를 낳은 3.24총선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일부변화에도 불구,YS의 부산과 DJ의 호남이라는 양김 지역대결
구도는 여전히 세를 과시해 또다시 국민적숙제로 남게됐다.
한편 JP계는 대전 충남에서 몰락하고 다른지역에서도 부진해 25일
민자당최고위원직을 사퇴,그의 정치적 위상변화에 관심이 쏠리고있다.
이번 총선에서 "표"의 향배는 한마디로 민자당에 대한 불신으로 좌우됐다.
3당합당후 서울에서 과반수를 차지했던 민자당은 당력을 쏟아부었음에도
참패했고 본산인 대구 경북에서도 무소속과 국민당에 의해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서울에서는 견제를 호소한 민주당바람에 의해 패배했다고 치더라도 대구
경북의 결과는 치명상에 가까울 정도로 민자당의 위세에 흠집을 남긴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공천후유증을 수반한 무소속과 국민당의 선전도
눈부셨지만 6공의 경제실정과 농정실패등에 따른 "인책"의 바람이 거셌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국민당이 이른바 보수우파의 표를 잠식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민자당은 그러나 불모지였던 전북에서 2석을 확보함으로써
호남교두보마련에 자위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민자당은 경북과 충남등 친여성향이 강한 것으로 판단됐던
농촌지역에서 고배를 마셔 여소야대를 자초한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민자당은 또한 정국안정을 위해서는 원내안정의석이 필요불가결이라는
논리를펴면서 수뇌부가 총선기간중 전국을 누볐으나 기초의회와
광역의회의원선거결과 나타난 "거여독식"현상에 대해 유권자들이 자발적인
견제심리를 갖게됐고 야당측이 이를 선거전략에 적절히 활용한 점도 참패의
원인이 됐다.
민자당패퇴에는 선거막바지에 터진 각종 악재들도 커다란 몫을 담당했다.
안기부직원이 흑색선전물을 돌리다 발각돼 검찰에 구속됨으로써 의혹을
가중 시켰고 군부재자투표부정폭로도 진위는 가려지지 않았으나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되고있다.
그런가하면 국민당 정주영대표에 대한 선관위의 "언론인"시비는 오히려
동정표를 끌어내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분석도 나오고있다.
민주당은 기대했던 독자적 개헌저지선(1백석)확보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런대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부의석을 내주기는 했으나 김대중대표의 절대적 영향력으로 호남을 다시
석권한데 이어 서울의 44개의석중 25석을 거머쥠으로써 최대승부처에서
대승을 거둔 것이다. 또한 충남지역에서도 선전,기대이상의 승리를
거두었다.
민주당은 그러나 대구 부산과 강원 경남 경북에서 단 1개의석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지역할거주의의 큰 틀을 극복하는데 실패,계속 정치적 짐을
안게됐다.
민주당은 전략요충지로 삼았던 지역에서의 승리로 이만한 결과를 거둔
셈인데 YS가 시종 이번 총선을 대권구도와 연계시켰던데 비해 대권이야기는
한마디도 꺼내지않고 오직 견제세력육성만을 강조했던 DJ의 작전이 일단
맞아 떨어진 것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지역구와 전국구를 포함해 30석이상을확보함으로써 정국의 캐스팅보트를
쥐게된 국민당은 민자.민주당에 비하면 오히려 전국적으로 고른 득표율을
기록해 이채를 띠었다.
국민당에 대한 이같은 지지가 정당자체나 인물들에 대한 선호에서
비롯됐는지,아니면 민자.민주당등 기존정당에 대한 전체적인 불신에
기인하는지는 차분한 분석이 뒤따라야 하겠지만 비교적 강세를 보인 조직과
자금의 운용도 기대이상의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다른 돌풍의 주인공 무소속군단은 이들의 당선도 당선이지만 이들이
앞으로 어떠한 정치적행보를 취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을 영입하기위한 여.야3당의 각축은 불보듯 뻔한 때문이다.
특히 정호용 허화평 이상재 김상구 김정남씨등 적잖은 5공세력이 국회에
진출한 것도 중요한 대목으로 꼽히고있다.
특이지역이라할수있는 제주도는 무소속 선호라는 "전통"을
고수,싹쓸이현상을 보였는데 전통적정서외에 제주도 개발특별법파동이
민자당 현역의원낙선에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성의원의 지역구의원진출은 13대에 이어 이번에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대신 이순재(민자) 정주일.최영한(국민)씨등 연예인들의 국회진출이
두드러진 점도 선량에 대한 인식변화로 기록될수 있을 것 같다.
<양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