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정규재
러시아외무장관 코지레프가 최근 서울을 다녀갔다. 그의 방한을 사흘
앞두고 정부는 지난해 급작스레 중단했던 대CIS(독립국가연합)경협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경협재개는 러시아외무장관에 대한 일종의 선물이라는
점,재고부담에 허덕이는 우리기업의 어려움을 덜어 준다는 점에서 생각될수
있겠다. 다만 중단됐던 경협이 부분적으로나마 왜 갑자기 재개되어야
하는지 불명확하다. 당시 경협중단이 불가피했던 사정과 여건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것도 변한것이 없다.
우리정부가 러시아정부에 대해 요구했던 새로운 경협계약이나
채무상환보증은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일본은 지금까지도 러시아정부와 "오직 협상"만을 줄기차게 반복하고
있다. 유럽의 어느나라도 관망중일 뿐이며 미국에서 역시 아예 논의밖인
실정이다.
물론 우리기업들이 대CIS수출용으로 제작하거나 제조한 상품들의 재고는
어떻든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91년도 미집행분이 3억7천만달러에
이르고 이자만도 수천만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기업들의 재고아우성이 왜 우리나라만 생기고있는것인지 알수없는
일이다. 91년도분 재고때문에 아우성이라고 하지만 벌써 많은 기업들은
92년도 경협분을 노리고 치열한 수주전을 치르고있다.
좀더 냉정히 말한다면 우리의 경협은 이미 반은 달성되어있다. 유엔에
가입한 것이나 외교관계를 수립한것은 과소평가해도 절반은 될수있다.
나머지 절반이라면 경협자금을 시드머니로해서 우리기업의 대CIS시장진출이
활성화되는 것이라 할수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앞에 마주선 러시아 카자흐 우크라이나등 15명의
새색시들과 새로운 맞선이 끝난다음에 새로운 전략과 태도로 결정해야할
문제이지 골칫거리나 해치우는 차원의 문제는 아닌것이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지금 이곳에 돈을 풀어주는 유일한 나라가
우리나라인데 이곳에 나와있는 우리측 관리들은 러시아정부 고위관리하나
제대로 만나보기조차 힘들다.
우리가 러시아와 해결해야할 정치적 반대급부가 더이상 없는것이며
러시아외에 다른 CIS국가들은 협상의 상대가 아닌 것인지 모르겠다.
알아서 다 해주는터에 예컨대 이곳 러시아정부가 우리대사관을 찾아와야할
하등 이유가 없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