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로 또 부동산값이 크게 오르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의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고 있다. 이미 각종 개발공약으로 주변땅값은 고개를
들고있고 일부 지역에선 투기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선거는 항상 공약을
남발하게 되고 이공약은 부동산값을 춤추게 하여 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주어왔다.
이런 공약을 업고 새로 들어선 정부는 뒤늦게 부동산투기억제다 뭐다 하며
각종 처방을 써가며 그후유증 치유에 땀을 빼지만 그처방의 효과가
나타날무렵에 다시 선거철이 닥쳐와 부동산투기는 불치의병처럼
여겨져왔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없어서는 안될 축제이지만
경제,특히 부동산시장엔 으레 땅값을 부추기는 바람직스럽지못한 행사로
인식돼왔다.
선거가 부동산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것은 개발공약남발 통화팽창
규제이완등의 폐습을 수반해왔기 때문인것으로 분석되고있다.
오랜만에 총선 대선이 한해에 치러지는 올해 이같은 폐습이 되풀이 된다면
모처럼 안정기미를 보이고있는 부동산시장이 또다시 술렁일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계,그리고 국민 모두의 자성과 자제가 절실한 시기이다.
최근 건설부와 국세청이 그어느때보다 투기를 사전예방하겠다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있는 것이 부동산시장의 우려를 단적으로 증명해준다.
투기단속활동의 강화와 함께 금융당국은 돈의 고삐를 죄기에 안간힘을
다하고있다. 수출기업.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기위해 돈을 풀면서도
부동산시장이나 선거자금으로 흘러들어가지않도록 감독을 게을리하지않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1월말현재 총통화증가율은 18.1%로 안정권을
유지했다.
정부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구태의연하게
개발공약을 남발,정부내에서조차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있다.
대통령을 비롯 부총리및 장관들이 잇따라 지방나들이를 하며 선심성
지역개발공약을 쏟아놓고 있을뿐아니라 업무보고 기자회견등을 통해
굵직굵직한 개발정책을 홍보하고있다.
선거철이라고해서 막중한 국사의 수행을 중단할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로서는 챙길 일을 챙기고 장기적인 국가비전을 제시하는 일은 당연히
해야할 정부의 임무라고강변한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대통령의 연두순시가 실시돼왔으며 경제부처장관은
업계의 소리를 들어 정책에 반영해야한다는것이다.
투기단속업무를 맡고있는 건설부의 경우 장관이 바뀌어 산하지방청의
순시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밝히고있다. 투기요인을 제공하지않기위해
발언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있으나 해당지역언론이 관심사항을 질문해올때
답변하지않을수없는 입장이라고 책임을 언론에 돌리기도한다.
또 올해는 7차5개년계획,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의 첫해로 이들 계획에
포함된 사업을 구체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관점에서 오비이락이라며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재원조달방안도 없이 관계부처와의 협의도 거치지않은채
시기상조로 불가 결론을 내렸던 사업까지 마구 발표되고있어 선거용이라는
의혹을 씻을수 없는것이 현실이다.
국민은 선거철이면 부동산값이 오른다는 고정관념을 갖고있다.
이 고정관념은 생각자체로서 부동산시장을 움직인다. 휴일날씨가
화창하길 바라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자연법칙에따라 비나 눈이
오게돼있으면 올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에 바람이 불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투기붐이 일어날수도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연말 제일경제연구소가 정부기관및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부동산경기활성화요인중 선거가 41.5%의 비중을 차지,최대의
변수로 지적됐다.
최근 아파트값하락세가 주춤거리고 일부지역에선 반등기미를 보이자
부동산중개업계도 올봄선거철이 고비가 될것으로 내다보고있다.
대다수 국민은 선거철이면 돈이 풀려 일플레를 낳게되고 자산가치보전을
위해 실물투자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고정관념에다 지역별 개발사업공약이 남발되면 부동산값을
상승시키고 투기를 증폭시키게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선거에 따른 과다한 통화량증발이
부동산투기재발을 불러올수있다고 경고하고있다.
손재영연구위원은 통화량이 증가할때 물가가 상승하며 경제주체들은
과소한 실질토지자산을 보유하게되므로 이를 보전하기위해 토지를
매입하게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총통화가 1%증가할때 땅값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0.35%가 된다고 분석했다.
또 KDI의 심상달연구위원도 선거의 거시경제효과분석을 통해 선거의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통화의 증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의 해에 총통화는
비록 안정적으로 운용되더라도 현금통화및 본원통화가 선거기간중 증가하고
선거후 환수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부동산시장에 작용하는 변수는 통화량외에도 경제성장률 국제수지
건설투자활동등 다양하며 물가 부동산투기를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큰
영향을 미친다.
건설부가 지가상승률을 공표하기 시작한 76년이후 78년의 10대총선때는
땅값이 무려 49%나 폭등했다.
단군이래의 호황이라던 중동특수로 전년인 77년 경상수지가
1천2백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한데다 통화관리도 방만해 총통화증가율이 77년
39.7%,78년 35.0%에 달했던 결과였다.
그러나 주택건설 사회간접자본투자까지 소홀히 하며 물가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던 5공하에 치러진 81년 11대총선과 85년의 12대총선때는 선거가
땅값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못했다.
79년 박정희대통령사망,80년 마이너스3.7%의 성장률등 혼란기에 이어
실시된 81년선거때의 땅값상승률은 7.5%,물가안정에 자신을 얻었던 85년엔
7.0%에 머물렀다. 특히 85년선거 전해인 84년의 총통화증가율은 7.7%로
현저히 낮았고 85년에도 15.6%에 그치는등 엄격한 통화관리가 취해졌다.
반면 통화관리가 방만해지면서 개발공약이 난무한 가운데 치러진 87년의
13대 대통령선거,88년 13대총선때는 땅값이 상승추세를 기록했다.
당시 주택2백만가구건설계획,경부및 동서고속전철건설계획,청주 시화
영종도등으로 옮겨다닌
신국제공항건설계획,서해안개발계획,테크노폴리스건설계획등 굵직한
공약들이 동원됐다.
이같은 공약남발과 함께 총통화증가율도 87년 19.1%,88년 21.5%로
높아졌다. 이에따라 땅값상승률은 87년 14.7%,88년 27.5%로 치달았다.
올해는 근래 드물게 총선과 대선이 모두 실시되는 해다. 이로인해
자칫하면 총선의 후유증을 수습하지도 못한채 대선의 회오리에
휘말려들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망국적인 부동산투기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정부 스스로 개발공약을
자제하고 엄격한 통화관리에 나서야한다.
국민도 이제는 재원조달계획이 모호한 개발공약이나 선거자금살포에
현혹되지않는 현명함을 보여주어야 할때가 됐다.
따라서 올해의 부동산시장전망은 정부의 투기근절의지와 국민의
도덕성회복에 달려있다고하겠다. 정부가 투기를 좌시하겠다고 한때는
한번도 없었으므로 이번에야말로 엄포가 아닌 실천의지를 보여주어야
할것이다.
<양정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