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오는 14일의 정기총회를 계기로 다시 태어나야한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재계의 대변기관인 전경련이 제기능을 못하고있다는 지적이 최근 부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정부활동등 대외적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데다 내부결속력마저 대폭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유명무실한 단체"로 전락했다는 회원사들의 비판적 시각을 극복,전경련이
진정한 재계대변단체가 되기위해서는 운영상의 문제점을 냉정히
파악,자세를 재정립하는 심기일전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재계는 입을
모으고있다.
전경련의 활동및 내부결속력약화현상은 수뇌기구인 회장단회의에의
참여도가 지극히 낮다는 점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1년간의
경우 회장단회의는 모두 13차례 개최됐으나 최창락상근부회장을 제외한
18명의 부회장중 절반이상이 참석한 회의는 단 한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고있다.
참석자라야 통상 6 7명선에 불과했으며 단2명만이 참석한 경우도 있었다.
부회장 개개인별로도 13차례회의중 절반이상을 참석한 경우는 김상홍
삼양그룹회장(11회)강신호 동아제약회장(9회)정세영 현대그룹회장 최종현
선경그룹회장 신명수 동방유량회장(각8회) 최종환삼환기업회장
김각중경방회장 장치혁 고합그룹회장(각7회)등 8명에 그쳤다.
반면 이건희 삼성그룹회장 김우중 대우그룹회장 조중훈 한진그룹회장
김중원 한일그룹회장 최원석 동아그룹회장등 5명은 단 한차례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구본무 럭키금성그룹부회장(1회) 김석원 쌍용그룹회장(2회)박성용
금호그룹회장 김승연 한국화약그룹회장(각3회)등도 간간이 모습을 보였을
뿐이다. 회장단회의에 참석하는 인사들이라야 늘상 그얼굴이 그얼굴임을
알수있다.
이같은 저조한 참석양상은 올해초까지 이어져 전경련의 연간계획을
발표하는 연두기자회견자리에도 부회장은 조석래효성그룹회장
장치혁고합그룹회장등 2명만이 참석했다.
유창순회장은 이처럼 부진한 참석률을 의식,회의에 자주 나타나지 않는
재계인사들을 꼬집어달라고 보도진에 은근히 주문하기도 했다.
회장단내부의 결속력이 얼마나 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달말에는 삼양식품 이천전기 동양정밀 서광등 4개업체가
탈퇴,또다른 파문을 던졌다. 이들은 표면상으로는 "회사형편상 회비를
내기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웠으나 실제적으로는 전경련의 활동이 미진한데
따른 불만이 적지않게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전경련에 대한 재계의 불만이 높아진 것은 최근들어 전경련의 활동이
재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왔다는 판단이 짙게 깔려있는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업무용부동산강제처분 주력업종선정 현대그룹의 주식이동조사및 소유와
경영의 분리등 굵직굵직한 현안에 대해 전경련이 적시대응을 못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온 것으로 보고있는 것이다. 실제 전경련은 이같은
사안에 대해 기업의 입장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대부분의 경우
노코멘트로 일관해왔다.
재계관계자들사이에서는 대기업이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있는 것은
전경련의 이같은 소극적인 활동이 큰원인이 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대기업이 국가경제발전이나 국민생활향상에 기여한 공로도 많은데 어두운
면만 지나치게 부각되고 있다는것이다. 전경련이 지난해말 부산
광주지역등에서 "국민과의 대화"자리를 마련할수 밖에 없었던것도 이같은
수세적활동의 결과라는 지적이 적지않다.
전경련이 대외활동에서 소극적태도를 견지하고 있는것은 유회장-
최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중추라인이 관료출신으로 구성됐다는점도 큰원인인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정부에서 장관급이상의 고위직을 거친만큼
정부측시각을 너무 많이 이해하게돼 재계이익옹호에 소극적일수 밖에
없다는 해석들이다. 회장 상근부회장중 한사람만이라도 재계출신이라면
다른 모습을 보였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전경련이 이제라도 재계의 신뢰를 회복,제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보여야 할것으로 지적된다.
대기업관련정책을 포함한 각종경제정책에 대한 경제계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보다 많이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것이
재계의 바람이다. 재계가 전경련에 바라는 가장큰 기대는 정부가 기업에
대해 우호적 시각을 갖게 하는것임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재계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한 대국민홍보를 강화,신뢰받는 기업상을 구축하는
활동도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봉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