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 현대그룹 회장은 31일 "현대그룹의 회장은 내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해 앞으로 기업별 분화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회장은 이날 낮 서울 계동 현대사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집중
은 사회의 비난여론도 있고 기업발전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현대
그룹은 점차적으로 분화를 추진할 것이며 다른 어느 그룹보다도 먼저 회사별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 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회장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정치활동과 관련, 현대가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받고 있지는 않다고 밝히고 다만 일부 관청에서 선입관을 갖고
대하는 경우가 있어 실무자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는 없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입찰을 포함, 그룹차원에서 불이익을 받은 적은 없으며 정부가
크게 보아 현대에 불이익을 준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회장은 지난 87년 2월 9일부터 자신이 회장으로 일해왔기 때문에 친형인
정 전명예회장의 은퇴로 인한 경영공백은 없다고 말하고 다만 북방문제는
전 명예회장이 맡아해왔기 때문에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의 방북과 관련한 대북경협문제에 대해 김회장
자신의 설명대로 각 기업의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보며 현대한테도 기회가
오면 나름대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정 전 명예회장이 그룹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 정회장은
"전 명예 회장이 이임사와 사장단회의에서 주권의 행사를 내게 맡긴다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회장은 그룹경영 방침을 묻는 질문에 자신은 창업주도 아니고 2세도
아닌 1.5세대라고 전제, 창업주만큼 부지런하지도 못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도
없는 만큼 공식 기구인 사장단 회의와 주위의 의견을 널리 들어 더 좋은 방
법을 찾는 민주적 경영과 사장 책임하의 자율경영을 중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27일 사장단 회의에 참석, 국민당 입당을
요청한 데 대해 "회의도중에 예고없이 들어와 3분정도 이야기한후 나갔다"고
밝히고 "정 명예회장이 나간 후 나는 정당하러 기업에 온 사람은 없을테니
국민당 가입은 여러분의 자유의사로 결정하라고 당부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