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주제로한 옛날얘기는 많다. 쌀 99가마를 쌓아둔
부자가 쌀 1가마밖에 없는 농부에게 1백가마를 채우게 그 쌀을 달라고
했다는 얘기도 그 하나이다.
지금 한일간에는 이와 비슷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한일정상회담때 기술이전 무역적자해소대책에 냉담했던 일본은
경부고속전찰사업을 따려고 "추파"를 던지고 있다. 우리의 최대고민인
무역역조문제는 덮어둔채 우리 호주머니속에서 더많은 돈을 훑어가겠다는
속셈이다.
일본은 고속전철사업을 맡게되면 한국에 신칸센(신간선)기술을 주겠다고
흘리고 있다. 반도체등 첨단기술이전에 대해서는 "부자간에도 곤란하다"고
비웃는 그들이다. 그런 그들이 신칸센기술을 내놓겠다니 심상찮은 일이다.
총1조1천4백50억엔의 사업비와 비교할때 그 기술은 별것 아니라는
의미인가.
고속전철입찰에는 일본기업연합이 참여한다. 미쓰비시상사 마루베니
미쓰비시전기 일본차량제조 히타치등 9개사로 구성돼있다. 모두 일본의
간판급기업들이다. 여기에 신칸센을 운영하는 JR그룹이 측면지원중이다.
일본정부도 자민당의 실력자들을 중심으로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야말로 민관일체가돼 신칸센기술을 팔아먹기위해 다각적인 PR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국제경쟁입찰방식인 까닭에 일본기업들의 참여를 굳이 왈가왈부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또 고속전철사업입찰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프랑스나 독일을 특별히 감쌀 이유도 없다.
다만 대일무역적자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있는 판에 "그사업"마저 일본에
맡기면 그 결과가 어떨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도쿄의 한국주재원들은 고속전철사업이 일본에 낙찰되는 상황을 제일
우려한다. 대일무역 적자폭을 더욱 확대시킨다고 보는 때문이다.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부문의 대일의존도은 기술종속사태까지 유발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기술을 덥썩 받아들일 경우 기계부품등도
자동적으로 일제를 써야한다. 이는 곧 대일무역적확대를 의미한다.
한일정상회담때 우리측의 경협요국에 들을 돌린 그들에게 고속전철사업을
주게된다면 우리의 얼굴은 어떻게 될까. 일제시대 우리땅에 철도를 놓은
그들이 다시 고속전철사업마저 한다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좀시간이 걸리더라도 순수한 우리기술로 고속전철사업을 하면 어떨까.
그렇지않으면 그 돈으로 물류를 원활키 하기 위한 고속도로를 하나더
건설하면 안될까"
일본에서 교통경제학을 연구중인 한 대학교수의 견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