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8년 여소야대로 출범했던 제13대 국회가 18일 폐회된 1백56회
정기국회를 끝으로 사실상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국정감사를 부활시키고 청문회제도를 도입하는등으로 국민의 기대와
관심을 끌었던 13대국회는 지방자치제를 부활시키는등의 굵직한 성과를
낳기도 했으나 종반들어 "당리당략"과 "날치기처리"라는 우리의정사의
폐습에서 헤어나지는 못했다.
여야의 평가는 갈라지고있지만 한마디로 13대국회는 3당통합이전의
"여소야대"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본연의 임무라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능률면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안겨줬다.
반면에 "여대"로 변한 후반기 13대국회는 효율성에 치중한 나머지
날치기처리등의 파행을 거듭했고 정부의 들러리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오점을 남겼다.
13대국회를 결산하는 이번 1백56회 정기국회는 내년의 14대총선에 대비한
국회의원선거법등 산적한 정치현안을 안고 개회돼총33조2천억원규모의
내년도 예산안과 선거법및 정치자금법개정안 제주도개발특별법
종합유선방송법등 쟁점법안을 포함,1백여건의 계류법안을 처리함으로써
부분적으로나마 국회본연의 의무와 기능을 어느정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게됐다.
특히 이번 회기중 남북한유엔동시가입(9월18일)제4차
남북고위급회담(10월22-25일)제5차 남북고위급회담(12월10 13일)및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및 교류협력에관한 합의서"서명등 굵직한
남북이슈들이 이어져 첨예한 대립속에 운영돼오던 국회에
일시적이긴했으나 타협과 대화의 바람이 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국회도 오랜 파행으로 이어진 구태를 어김없이
답습,여당단독의 막판 절름발이 국감,추곡협상을 둘러싼 여야대립과 야당의
장외공세,제주개발특별법등 쟁점법안을 놓고 벌인 극한대치,소관상위
계류법안의 무더기 강행처리등 파행과 변칙으로 얼룩진것 또한 사실이다.
여야간의 극한대립가능성은 사실 개회벽두 통합야당의 출범(9월16일)으로
거여강야의 양당체제가 구축되면서 민주당이 다가오는 14대 총선을
의식,통합야당의 면모를 과시하고 지난번 광역의회선거에서의 참패를
만회키위해 대여강공드라이브를 세차게 몰아붙이면서 예상됐었다.
야당의 이같은 강공전략은 개회초 유엔가입을 위해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민자당대표 김대중민주당대표등 여야지도자들이 유엔을 방문하는
동안 잠시 잠복해 있다가 지난 9월16일부터 2백78개 수감기관을 대상으로
시작된 20일간의 국정감사가 중반에 접어들면서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여당이 6공치적홍보 예산심사자료확보를 위한 정책위주감사 야당의
정치공세차단등에 초점을 맞춰 감사에 임한반면 야당측은
한보그룹금융특혜시비의 진상규명과 수서사건 신도시부실공사
골프장건설허가관련 비리등을 감사벽두부터 정치쟁점화하기위해 안간힘을
쏟기시작했었다.
해당 상임위 차원에서의 야측 공세가 먹혀들지 않자 민주당은 10월1일
국회재무위에서 정태수전한보그룹회장의 증인채택이 이뤄지지않은것을
계기로 국감을 전면거부,독자적인 한보비리특혜 진상조사에 나섰고 여당은
여당대로 국감이 정쟁의 대상이 될수없다며 단독국감을 강행해 절름발이
국회운영을 면치 못했다.
여당만의 단독국감중에 정주영현대그룹명예회장일가에대한
주식이동조사사실이 국세청에 의해 전격 발표되는 전례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했다.
또 국감의 악폐였던 여당의 행정부에대한 무조건적인 비호,야당의 폭로성
한건주의와 정치공세,행정기관의 부실한 자료제출등 무성의한 수감태도가
이번에도 그대로 노정돼 어떠한 형태로든 현행 국감제도의 개선이
모색돼야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야는 국정감사에 이어 본회의및 상임위운영에서도 파행을 거듭했고
급기야는 쟁점현안인 추곡수매동의안(농림수산위)과 제주도개발특별법안
(건설위) 바르게살기운동조직육성법안(내무위) 청소년기본법안(교청위)
종합유선방송법안(문공위)등을 놓고 선상정심의를 주장한 여당측과
상정봉쇄를 고수한 야당측이 맞서 몸싸움과 기습처리라는 추태를
연출했다.
민자.민주양당은 수십차례에 걸쳐 공식.비공식 총무접촉과 중진회담등을
통해 타협점을 모색하는 노력을 보이긴 했으나 결국 여당의 일방처리와
야당의 실력저지라는 구태를 벗어나지못해 다시 한번 여야의 정치력
부재만을 국민앞에 드러냈다.
국회파행에 대한 여론의 호된 질책이 이어지고 국민들의 정치불신감이
극에 달하자 여당은 원내총무를 경질하고 변칙처리된 법안은 수정
보완하겠다고 나왔고 야당은 쟁점법안의 재심의를 요구하며 국회정상화에
협조,새해 예산안과 국회의원선거법처리등의 외형적인 성과를
올리기도했다.
국회는 비록 법정시한(12월2일)을 몇시간 넘기긴 했으나 지난 3일 새벽
정부제출예산안중 3천50억원을 순삭감한 33조2천억원규모의 조정안을
마련,본회의에서 표결처리했다.
그러나 시간에 쫓긴 나머지 세법개정을 통한 세입삭감을 하지못하고
편법적인 세출삭감에만 초점을 맞춰 타협안을 마련하는 바람에 막대한
세계잉여금이 발생하고 국민의 조세부담을 전혀 경감시켜주지못하는 커다란
문제점을 남겼다.
이같은 와중에서도 여야는 자신들의 사활이 걸렸다고 할수있는
선거법협상에서는 당리당략에따라 13개의 지역구를 증.분구하는데 합의했고
정치자금법의 경우에도 현행 유권자 1인당 4백원인 국고지원금을 6백원으로
인상하되 정당관여선거때마다 3백원씩이나 추가하는등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켰다.
또 매번 정기국회때마다 걸림돌로 작용했던 추곡수매문제와 관련한
여야간의 끝없는 공방으로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 농수산물가공육성법
농수산물유통및 가격안정등에 관한 법률등 정작 농민들과 서민을 위하는
법률안은 상임위상정조차 하지못해 여야 공히 지탄을 받게됐다.
뿐만아니라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기술인력난 해소를 위해
추진중이던 기술대학설립등을 골자로한 교육법개정안과
산업기술교육육성법안등이 실종되는등 입법활동의 완급조차 가리지못한
여야의 국회운영이 되풀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