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12월8일(미현지시간 7일)일본이 진주만을 기습공격하여
태평양전쟁을 일으킨지 50주년을 맞는다. 순식간에 2,403명의 인명과
21척의 함정,328기의 항공기를 잃는 재난을 당한 미국은 고립주의의
환상에서 깨어나 열강들의 쟁패가 지구촌적 성격을 지녔다는 점과 강대국의
세계적 책임을 깨닫게 되어 2차대전에의 본격적 참여를 유발시켰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이 주축이 되어 2차대전이 독일과 일본의 패망으로
끝난것은 기억도 새로운 일이다.
2차대전후의 국제질서는 전승국의 전후처리로 태어난 얄타체제이다.
미소를 양극으로 한 이데올로기적 냉전체제였다. 그러나 많은 분야에서
미국의 주도적 역할이 돋보인 "팩스 아메리카나"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여 완승한 걸프전쟁도 진주만피습이후 미국의 세계경찬역이
이어져 온 결과이다.
그러나 세계는 지금 2차대전후의 얄타체제가 무너지고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기에 들어서고 있다. 베를린장벽의 붕괴와 소련의 쿠데타실패로
공산주의가 무너져 냉전체제에 종언을 고한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양극체제의 상대였던최대의 가상적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국제질서를 어떻게
주도해야 하느냐는 명제에 부딪쳐있다. 그런가하면 경제적인 면에선
세계최강의 경제대국이었던 미국이 세계최대의 채무국으로 전락했고 일본이
최강의 경제대국이 된것이 또한 새로운 현실이다. 개전당시 세계GNP의
2%정도에 불과했던 일본이 세계최대의 채권국이 된 것이다. 90년9월말현재
해외채권잔고는 일본이 36% 미국 12% 독일 9%로 나타나 있는 것이 새로운
국제질서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요소라고 할수 있다. 50년전에 진주만을
기습공격한 일본이 결국 패전국이 되었지만 지금은 바로 그 하와이에서
경제적으로 지배적 존재가 되어있는 현실이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진주만공격이 있기 몇달전부터 미국은 일본에 대하여 재미일본자산의
동결,석유금수등 경제봉쇄조치를 취했고 영국등이 이에 가세했다. 그때는
일본의 군사적 야심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지금 또다시 미국은 일본에 대해 시장개방압력등을 가하고 있다. 그리고
첨단산업분야에서 양국간에 갖가지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제2차 태평양전쟁이 일어날것이라는 저서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이 일본에 대하여 취하고있는 경제적 압력은 50년전과는
달리일본의 경제적 야심,즉 일국번영주의나 경제적 이기주의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탈냉전의 경제주의시대에서는 그것자체가 침략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진주만공격 50주년을 맞아 가장 주목되는 일은 패전국에서 경제대국이 된
일본이 자신들의 침략과 경제부흥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것이다. 패전국
독일은 경제기적을 이룩하고도 큰 마찰이 없는데 왜 일본은 국제간에
갈등이 많은 것인가 살펴야 하는 것이다. 독일은 나치의 만행을 철저히
반성하고 청산했지만 일본은 그런 과정에서 중국의 공산화와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맥아더사령부가 엉거주춤한 상태로 일제청산을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만일 이런 결과로 제국주의적 야심이 경제적 야심으로
살아있다면 이것은 일본을 위해서도 심히 불행한 일이 아닐수 없다.
그것은 언젠가는 재앙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오해가 없게 일본은 과거
역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할것이다.
일본이 경제번영을 이룩할수 있었던 배경도 또한 중요하다. 자국의
시장은 철저히 보호하고 자유무역의 이점을 한껏 활용하면서 세계시장을
개척할수 있었고 선진국기술을 값싸게 이용할수 있었으며 미국의
핵우산아래 안보부담이 적었던 점등 무임승차적 요소가 많은 것이다.
너그러웠던 국제무역환경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일본이 선택할 길은 막강한 경제력을 세계경제에 진실로 공헌하는 방향으로
쓰는 일이다. 자국시장을 실질적으로 개방하고 기술이전에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태평양전쟁을 미.일간의 전쟁만으로 여기는 일본의 태도 또한 반성되어야
한다. 이 전쟁으로 일본은 중국과 동남아를 전쟁터로 만들었으며 한반도의
젊은이들을 강제 징용하여 무수히 희생시켰다. 진주만공격 50주년을 맞아
미국의 여론만 그럭저럭 모면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아시아각국의 오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새로 움트는 국제질서속에서 경제력에 걸맞는 위상을 세우려면
일국번영주의를 버리고 세계경제나 아시아경제에 야심없는 공헌을
해야한다. 지배하려하면 결국 무너지고 공생하려하면 번영이 지속될수
있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