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우리경제는 상당히 어려운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안팎으로
문제가 많지만 바깥보다는 내부,주로 우리자신의 문제때문이라는게 또
유력한 진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금(IMF)등
국제기관과 기타전문기관들은 대체로 세계경제가 미국등을 필두로 내년에
완만하나마 올해보다 높은 성장률(2 3%)을 기록하고 교역도 훨씬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있다. 국제석유수출국기구(OPEC)회의는 최근 원유값 역시
당분간 안정될것임을 예고해준바 있다.
그러나 국내사정은 딴판이다. 선거가 걱정이고 성장 물가 국제수지등
주요 총량지표가운데 어느것하나 밝은 전망을 말할 형편이 못된다. 건설과
내수경기를 진정시키면서 제조업과 수출에 주도된 최소한의 적정성장률을
확보하는게 바람직한 일이지만 우리경제가 안고있는 구조적문제에다 선거
등으로 미루어 쉽지않을 전망이다. 또 물가는 두자리수,무역수지는 올해에
이어 2년연속 세자리수 적자가 거의 기정사실로 점쳐지고 있다. 역시
선거와 관련이 있다. 특히 물가의 경우는 선거인플레가 벌써부터 우려되고
있다.
전망이 어둡고 걱정이 태산같은데 그보다 더욱 심각한 일은 정부가 내년
경제운용계획과 관련해서 아직 갈피를 못잡고있는 현실이다.
경제정책에대한 짙은 불신풍조속에서도 그걸 기다리는 버릇에는 변동이
없다. 먼저 정부가 분명한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그걸 실현할
정책수단들을 제시해야 기업과 가계 근로자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각자의
살림을 설계할수 있게된다.
정부의 이듬해 경제운용계획은 대개 12월20일을 전후해서 발표되는게
관례다. 그런데 금년에는 그 시기를 앞당겨 11월말이나 늦어도 12월초
내놓겠다고 공언한바 있다. 내년 경제가 여러모로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미리 정부계획을 제시함으로써 기업들의 신속한 경영계획수립과
대응을 돕겠다고했다. 그러나 앞당겨 발표되기는 고사하고 예년보다도
늦어질 공산이 짙어지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개각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다.
경제팀의 수장인 기획원장관을 포함한 폭넓은 개각이 이미 예고된지
오래며 시기만 남았을 뿐인데 국회폐회뒤인 이달 20일께가 유력시되면서
운용계획입안작업이 마냥 지연되고 있다. 한편 객관적 경제현실과 논리에
입각한 새해경제전망이 극히 어두운데 반해 선거를 의식해서 최대한 밝은
전망을 제시하려는 정치논리가 워낙 강하여 입안작업자체가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들린다.
하지만 선택은 분명하다. 우리 경제가 살길은 긴축속에 수출과
제조업회생에 가능한 모든 지원과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급적
빨리 정부가 운용계획을 통해 그것을 분명하게 확인해줘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