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역 전동차 추돌사고 원인을 수사해온 서울구로경찰서는 4일 수차례에
걸쳐 있은 철도청의 사고원인 공식해명이 허위였음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날 철도청이 "사고당시 기관사 천정웅씨(48)가 열차
자동제어장치(ATS )를 차단한 채 수동운전를 했으며 개봉역의 ATS
지상자(전기감응기기)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해명했던 것과는 달리
수사결과 천씨는 사고당시 수동운전을 하지 않았으며 개봉역 진입구간의
4개 지상자 가운데 역 전방 4백85m 지점의 지상자에 이상이 있었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하오 개봉역 사고조사 책임관인 박찬영 서울지방철도청
안전담당관실 실장(45)을 소환, 조사한 결과 박씨로부터 "사고당일인
지난달 30일밤 4백85m지점의 자상자에 이상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이튿날
새벽 이를 상부에 보고했으나 상부로부터 ''일단 두고보자''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경찰에서 "ATS가 정상 작동될 경우 속도테이프 위의 각
지상자의 설치지점에 점이 찍히게 돼 있는데 사고전동차인 K 323
속도테이프에는 여타 지점의 경우 점이 찍혀 있었지만 4백85m 지점에는
점이 없었다"며 "이는 천씨가 ATS를 작동시킨 채로 운전했으나
4백85m지점의 지상자에 이상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또 ATS 지상자에 전혀 결함이 없었다는 사고직후 철도청측의
발표와 관련, "사고직후의 1차 조사과정에서 속도테이프 상의 점을
유의해 보지 않았으나 서울전동차사무소 소속 속도테이프 분석
전문가들과 일선 기관사들이 지상자의 결함을 주장, 재조사한 결과 이들의
주장이 옳았던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발뺌했다.
철도청은 그동안 천씨가 자동운전을 했으나 지상자에 이상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고조사반의 보고와 일선 기관사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고의 원인 이 천씨의 개인과실에 있다"고 거듭 밝혀 왔다.
철도청은 또 사고전동차 운전실 내의 ATS 차단함 납봉인이 뜯겨있고
스위치가 내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천씨가 수동운전을 했다고
주장해왔으나 속도 테이프 분석결과 천씨가 수동운전을 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사고 직후 누군가가 사고원인을 은폐, 조작할 목적으로
납봉인에 손을 댔을 것이라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경찰은 이에따라 사고 직후 현장조사를 했던 철도청 안전담당관실 소속
보안원 등 철도청 관계자를 소환, 납봉인 조작 여부를 집중수사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