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공학은 금속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것 못지않게
원광석으로부터 유용한 금속자원을 뽑아내는 방법,즉 야금에도 상당한
비중을 둬야합니다"
서울대 이후철교수는 최근 국내학자들이 새로운 금속재료개발에만
치중하고 있어 기초분야인 야금쪽의 연구나 교육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교과과정에서 제련공학에 관련된 과목이 줄어들고 중요성도 낮게 평가되는
반면 금속조직학 물성학 반도체재료학 자성재료등의 재료에 관한 과목의
개설을 늘려가는 추세가 많은 대학의 금속공학과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많은 대학에서 신규채용교수의 전공분야가 반도체재료
플라즈마기술등 신재료 일색이라며 이같은 경향은 금속공학의
불균형발전으로 연결될 소지마저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금속공학의 신재료편향은 산업계의 기술및 인력수요가 재료분야에 치중돼
있고 야금분야 기술개발이 한계에 이른 상황이 주된 이유다. 금속가운데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철의 제련에 관한 기술은 산업혁명시기인 지난
1800년대 중반에 완성돼 아직 거의 그대로 쓰이고 있다고 연세대
이동희교수가 설명했다.
이교수는 "산업혁명때 완성된 제철법의 기본원리를 적용한
베세머법,톰슨법등의 제철방법이 오늘날에도 거의 변하지 않고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철에 관한 기술개발은 1백50여년동안 공정의 변화나
자동화등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데만 치중돼 왔다는 설명이다.
최근 각광받는 용융환원제철법도 원광석을 녹여 철을 뽑아낸다음
가공공정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같은 야금기술개발의
한계는 다른 금속에서도 비슷한 상태이다. 이동희교수는 "야금기술은
언젠가는 필요한 기반기술로 대학이 꾸준히 연구해야할 분야"라고 말했다.
금속은 재료중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교수는 금속이 "지금까지 인류가
사용해온 재료중 가격기준으로 볼때 약 60%를 차지하며 무게로 따지면
70%가 넘는다"며 앞으로도 그 비중은 결코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속공학의 관심영역은 크게 야금과 가공으로 나뉜다. 야금은 원광석을
캐내 선광을 거쳐 필요한 금속만 분리해내는 제련,고순도로 정제하는
정련등이며 가공은 용도에 맞는 성능을 지니도록 다른 원소를 첨가(합금)해
필요한 형태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같은 재료를 이용해 뛰어난 기능의 신소재를 개발하는 작업은 오늘날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고강도강,고강도 경량알루미늄합금등의 신소재는 기존의
재료에 비해 제조비는 비슷하면서도 값은 수십배 수천배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산업계의 관심도 고기능의 신소재쪽으로 쏠릴수밖에 없고 대학도
자연 이쪽으로 눈길을 돌리게 마련이다. 신소재는 응용분야나 성능등에서
무한히 넓은 영역을 커버한다. 기존 철의 고기능화에서 형상기억합금
수소저장합금등 차세대 첨단소재가 모두 여기에 속한다.
신소재 개발은 이처럼 원하는 기능을 갖도록 하는 합금연구뿐만 아니라
필요한 분야에 쓸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는 기술도 중요한 영역이다.
가공기술은 소재의 특성도 향상시킬수 있어 매우 중요한 분야이다.
우리대학은 전자재료등과 같은 기능성 재료에 주력하고있다.
이동희교수는 이분야가 고부가가치이며 이용분야도 넓지만 건물이나 교량의
구조물등과 같은 구조재료에 대해서도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합재료에 대한 교육과 연구도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학부에서
복합재료에 관한 강의를 하는 대학이 드물고 이를 전공한 교수들은 손꼽을
정도이다. 복합재료에 관련된 산업체가 적은 것도 원인이지만 금속
무기재료 고분자등으로 재료분야 학과가 나눠진 것에도 기인한다.
신소재분야에 필수적인 실험실습과 컴퓨터이용도 충분치 못하다. 각
대학들이 실험비중을 두고 컴퓨터 교육을 늘려가지만 아직은 여건이
취약하다. 장비가 부족하고 운영경비가 모자란다는 것이 한결같은
호소이다.
이동희교수는 "금속공학에선 재료의 상태와 변화를 관찰하기 위한
조직실험,합금을 만드는 과정을 익히는 용융실험,인장 압축강도 경도등의
성능을 측정하는 기계적실험과 분석실험을 주로 하고있다"고 말하면서
장비의 부족으로 충분한 실험을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이교수는 장비부족을 x선회절분석장비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보병의
소총격인 이 장비가 연세대의 경우 공대 전체에 한대밖에 없으나 10년전에
자신이 2년간 일했던 영국 케임브리지대에는 그때에 이미 10대가 넘었다"고
소개했다.
이는 금속공학관련학과를 설치한 23개(금속19개 금속재료4개)대학에
공통된 현상이며 특히 "금속공학의 대포"라 할수있는 전자현미경은
주사형(SEM)과 투과형(TEM)을 모두 갖춘 대학은 서너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소총도 대포도 없이 싸우라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