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악화되면서 부도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도산업체의 사장이 자살하는 사태까지 몰고와 충격을 던져주고있다.
현재 부도에 직면해 자금을 뜯어마추기에 고전하고 있는 업체는 업종별
지역별로 큰 차이가 없어 부산의 신발업체들, 대구의 직물업체들, 대기업
하청업체인 전자 부품업체들, 완구업체들, 봉제업체들, 메리야스업체들,
타올업체들, 식품업체들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
이들 중소기업은 대부분 하청업체들이지만 이들 업체에 납품하는 중소
및 영세 기업들도 부도를 내고 무너지는 연쇄도산사태까지 일부에서
일어나 아우성이다.
24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8월말까지
2백68개업체가 자금난, 인력난, 판매난등이 겹쳐 휴업했고 82개업체가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같은 통계는 2만여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누락된
업체가 많고 영세 하청업체까지 합치면 실제 휴폐업한 업체는 이같은
공식통계보다 2-3배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들어 부산지역의 1천여 신발업체 중 도산한 업체는 80여개에 이르며
부도를 낸 섬유업체는 1백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전자업계, 완구업계 등의 도산이 잇따르고 있고 최근에는
경일화학, 스포츠웨어 제조전문업체인 미우양행 등이 부도나는 등
도산사태가 확산되고있다.
도산 중소기업은 수출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전자, 섬유, 신발업계의
하청업체들이 대부분이어서 수출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히 섬유업체가 몰려있는 대구지역과 신발업계의 본산인 부산지역은
최근들어 중소업체의 도산사태로 지역경제가 흔들릴 정도이다.
삼성전자의 하청업체로 TV와 비디오전문 사출업체인 대성은 지난 9월
수주격감으로 도산, 사장이던 이성남씨(48)가 부도직후 자살했다.
10여년간 애써 연간 매출 1백억원대로 키워놓은 회사가 하루아침에
망하자 충격을 견디기 어려웠던 것이다.
삼성전자의 6백여 하청업체들은 올들어 삼성의 가전제품수출이 크게
줄어 수주량이 40% 정도 감소, 도산위기에 몰려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금성사와 대우전자 등도 마찬가지여서 이들
하청업체들의 무더기 도산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섬유업종 가운데 노동집약이 심한 봉제업계와 완구업계에서는 3-
4년전부터 근로자 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연쇄부도가 시작돼 관련업체들이
도산을 막기 위해 인건비가 싼 중남미와 동남아 등으로 일찌기 진출하기
시작했는데 해외에 진출한 업체는 살아남고 국내에서만 생산활동을 해온
업체들은 도산했거나 크게 고전하고있다.
봉제와 완구업계의 이러한 영향은 직물업계에까지 미쳐 올들어
지금까지 대건섬유, 백화섬유 등 30여개 하청업체가 도산했다.
또 공해문제로 말썽이 되고 있는 대구 비산염색공단의 3부제 조업이
실시되면 직물업체의 도산이 쏟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메리야스, 타올업체도 마찬가지여서 하루밤 자고나면 온통 도산소식만
들린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이야기이다.
부산에 1천여개가 몰려있는 신발업계는 올들어 부도사태가 계속돼오다
지난 10 월1일 1천6백여명의 종업원이 있는 아폴로제화의 도산을 시발로
동해캐미컬, 선영 등을 비롯해 부도사태를 이루고 있다.
중소기업은행이 당좌거래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지난 8월 어음부도율은 0.33%로 전국어음부도율 0.06%를 무려
5배이상 웃돌고 있고 올들어 지난 8월까지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기관의 대위변제도 8백4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5.3%인
1백70억원이 늘어 자금난을 반영해 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