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이것저것 돈쓸구석이 많고 그래서 사람들은
너나없이 일을 해서 돈을 번다. 또 버는 돈,즉 소득이 늘면 자연
씀씀이,즉 지출내용도 달라진다. 우선 금액부터가 커지고 동시에 생활의
기본욕구충족대신 좀더 편리한 생활,새로운 욕구충족을 위한 지출몫이
상대적으로 불어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4분기도시근로자가계수지동향은 몇가지 점에서
눈길을 끈다. 매분기마다 정례적으로 발표되곤하는 내용인데 이번에 특히
색다른 느낌을 주는 까닭은 때마침 건전소비생활과 저축증대를 촉구하는
소리가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순간에 발표된데다 그 내용이 우리사회의
소비행태와 관련해서 시사하는바 적지않기 때문이다.
뛰는 물가와 불어나는 무역적자로 대변되는 오늘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모든 경제주체가 비효율과 낭비적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합리적 소비,근검절약생활을 하는 것이라는데 국민적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런 때에 발표된 도시가계동향은 여러모로 주목할 내용을 전하고
있다. 물론 그 내용은 농어촌을 제외한 도시근로자가구를 대상으로한
것이지만 높고 급속한 도시화율을 생각할 때 사실상 국민전체의 소비행태를
요약한것으로 보아 무리가 없다.
발표된 동향에서 이번에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한계소비성향에 관한
내용이다. 소득이 증가할 경우 그 가운데 얼마를 추가적인 소비에
지출하는지를 밝혀주는 한계소비성향을 통해 우리는 소득증가에따른
소비행태의 변화를 읽을수 있다. 또 어떤 계층이 소비증가를 주도하는
세력인지 알수있다.
이에 따르면 결국 소득증가를 계기로 외식비와 기호식품비
자가용관리유지비가 크게 늘어나는등 이른바 소비행태의 선진국형화가
진행되고 있다. 또 그런가운데서 20대후반 30대초반의 젊은층,대졸이상의
고학력층,집을 가진 중산계층의 한계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고학력 유주택층이라면 상대적으로 소득도 높고 여유가 있는 계층인데
이들의 한계소비성향이 월등히 높은 현실은 요즘 지탄받는 과소비의 원천이
어딘지 말해준다. 그러나 한편 젊은 층의 그것이 높게 나타난 것은 첫째
이들이 가난을 모르고 자란 포스트경제개발세대이고 둘째 그러면서 장차
우리경제를주도할 연령계층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함축한다.
건전소비생활과 저축증대를 유도하는 사회운동과 모든 정책은 이같은
변화를 옳게 읽어야 할것이다.
지역간의 외부경제와 외부비경제에 대한 보상문제를 놓고
지방자치단체끼리 끊임 없는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외부경제란 돈을 받지
않고 남에게 이득을 베푸는 일로서 예를 들면 어떤 집에서 돈을들여
도둑지키는 경비견들을 기르면 그옆집도 그 개 덕분에 도둑이 못들어 오게
되는 경우 같은것이다. 외부비경제는 그 반대로 보상금을 지불하지 않고
남에게 손실을 끼치는 행위로서 어떤 공장이 연기를 뿜어내어 주민이
마시는 공기를 더럽히는 일이 그 예다.
경제가 발전하면 나빠지는 것은 인심이다. 공짜란게 없어져가는 것이다.
그래서 종전까지 당연히 외부경제로 되어있던 것에 비용을 요구하게되고
외부비경제에 대해서는 보상을 요구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 지역간 또는 기업과 주민간 또는 주민과 주민간에 생기는
외부성의 보상문제를 해결하는 기준과 규칙을 시급히 정하고 그에 따라
분쟁을 보상에 의하여 해결하는 관행을 일상화해야 한다. 도시주민의
생활쓰레기 처리장,그린벨트주민의 재산권 제약,수돗물 수질보전해당지역의
개발제한,원자력발전소의 입지와 핵연료 폐기물처리장문제등 그 예는
불지기수다. 이웃 아파트단지 간에도 도로이용등에 관한 이해가 상충하여
시비가 일고 심지어 같은 단지안에 있는 아파트의동간에도 시비가 생기고
있다.
이런것을 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 지역이기주의라는 감정적 계열의 언어를
상대편에 붙이는것만으로는 해결할수는 없고 오히려 싸움만 더 크게할것이
뻔하다.
부근에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서기 때문에 불안을 겪는 주민에게 공짜로
위락시설 병원 학교등은 무료로 이용할수 있게 함으로써 보상하겠다고
협상할수도 있을것이다. 그린벨트지역은 국가가 사서 공원화하는것이
공평할것이다. 강물을 더럽히는 모든 행위에 대하여 행위자 누구에게나
응분의 요금을 메기게 되면 팔당호부근 군민들이 깨끗한 한강물을
유지하는데 든 비용을 서울사람더러 내달라는 얘기는 꺼내지 않게
될것이다. 물론 실제 문제는 해결이 이처럼 간단하지는 않을것이다.
돈으로 해결할수 있는 일이면 싸움으로 해결하려들지 않는것이 좋다는
말일뿐이다.
한가지 더 첨언하자면 보상액수는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수준에서
결정되어야한다. 냄새와 먼지를 날리는 쓰레기처리장을 용납하겠으니 매월
얼마씩 위자료를 요구하는 동네가 있으면 그 곳으로 보내는 쓰레기를
생산해 내는 사람들은 모든 처리비용에다 그 위자료까지 합해서
물어야한다는등의 원칙도 세우는것이 옳을줄로 안다.